보험사 예금보험료율을 현행보다 2~3배 높이는 방안이 제시되면서 업권별 부담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는 모습./사진=뉴스1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맞춰 예금보험료율을 다시 짜는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보험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연구용역에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요율을 현행보다 2~3배 높이는 방안이 제시되면서다. 금융당국은 아직 논의를 위한 참고치일 뿐 확정안은 아니라고 하지만 보험사의 인상폭이 다른 업권보다 큰 만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한국금융학회에 맡긴 '예금보험기금 목표 규모 및 예보료율 재산정 연구용역' 중간 결과 은행은 현행 0.08%에서 0.13%, 금융투자는 0.15%에서 0.22%, 저축은행은 0.40%에서 0.54%로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험업권의 상승폭은 더 크다. 생명보험은 0.15%에서 0.40%, 손해보험은 0.15%에서 0.50%로 각각 현행의 약 2.7배, 3.3배 수준이다. 손보에 제시된 0.50%는 현행 법정 상한과 같고 저축은행의 0.54%는 상한을 넘어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보험업계 부담 1조원 넘을 수도

보험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부분은 비용 증가폭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토대로 2024년 납부액에 연구용역 요율을 단순 적용하면 생보업계 예보료는 약 1490억원에서 3970억원으로, 손보업계는 약 2320억원에서 7730억원으로 늘어난다. 생·손보를 합친 연간 부담은 약 3800억원에서 1조1700억원으로 불어나 추가 부담만 약 7900억원에 달한다.

보험업권의 인상폭이 유독 큰 배경을 놓고는 산정방식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현재 생·손보사의 예보료율은 0.15%로 저축은행(0.40%)보다 낮은 데다 연구용역의 계량모형에서 보험사의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산출되면서 적정 요율이 0.40~0.50%까지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는 IFRS17에 따라 자산과 부채가 함께 시가평가되는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부실위험이 실제보다 크게 계산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지난해 9월 예금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두 배 오른 데 따른 후속 작업이다. 보호 범위가 넓어진 만큼 금융회사 부실에 대비한 기금 규모와 업권별 분담 수준을 다시 산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2009년 이후 금융시장과 업권별 위험 구조가 달라진 점도 재산정 배경으로 꼽힌다.

IFRS17·예별손보 반영 여부 쟁점

예보료 인상이 현실화하면 보험사의 수익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보험계약 관련 비용이 늘어나면 신계약 수익성과 보험계약마진(CSM)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손보업계에서는 예별손해보험 정리 과정에서 예상되는 예보기금 투입이 업권 전체의 위험평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이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내는 예금보험채권상환기금 특별기여금은 내년 말 종료된다. 금융당국은 특별기여금 종료와 새 예보료 적용 시점을 맞물리게 해 금융권의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거론되는 요율이 외부 연구용역의 계량모형에서 산출된 참고용 수치라고 선을 그었다. 관련 업권과 민간 전문가 의견을 거쳐 올해 말 최종 요율을 결정할 예정이며 새 요율은 2028년 납입분부터 적용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금자 보호 강화를 위해 적정 수준의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보험업권의 인상폭이 큰 만큼 IFRS17에 따른 자산·부채 구조와 실제 부실위험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계의 부담 여력까지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종 요율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