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일 32억 이상 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의 '2026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고가주택이나 비거주 집주인들은 보유세가 상승되기 전에 매도를 고민하며 급매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모습./사진=뉴스1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 18일 전용 165㎡(55평) 집을 85억9000원 호가로 올렸다. 올 초 같은 평형이 83억원대에서 거래돼 높은 가격에 팔릴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찾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3일 만에 호가를 9억9000만원에 내렸다. 신현대아파트 단지 내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담을 우려한 고령·장기보유자들이 매도를 서두르고 있으나 문의가 없다"며 "압구정현대의 다른 면적도 기존보다 호가를 10% 안팎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에 서울 강남권 고가 주택의 몸값이 내려가고 있다. 주택을 수십 년간 보유한 고령자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축소되면 양도세 부담이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재건축 단지에선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기 전에 집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달 2일 6만 1271개에서 이날 6만 5669개로 19일 만에 4398개(7.2%) 증가했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은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시세 기준 약 20억원 이하 아파트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반면 과세표준 6억~12억원(시세 약 32억~45억원) 구간의 세율은 1.3%로 오르는 등 6억원 초과 구간부터 세 부담이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공시가격 22억원(시세 약 32억원) 이하 주택은 세제개편 이후에도 종부세 부담이 늘지 않지만, 이를 초과하는 주택에는 이른바 '핀셋 과세'가 적용되는 구조다.



강남권 아파트 호가 하락은 신축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59㎡는 올해 들어 주로 40억원대 후반에 거래됐지만 현재 최저 호가는 39억5000만원이다. 부동산 거래시장에서는 당분간 세 부담을 피하려는 고가·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매수 대기자들은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선뜻 매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40억원 후반대 고가 아파트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강남권의 매물 출회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서울 주택시장은 고가 주택의 가격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