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범부처 '임금체불 근절 대책' 발표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회사 대신 노동자에게 체불 임금을 지급한 뒤 사업주에게 돌려받지 못한 돈이 4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체불 임금 대지급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만든 임금채권보장기금은 적자구조가 굳어진 상태다. 지난 20일부터는 체불임금 지급 범위를 2배 늘리며 씀씀이를 키운 터라 기금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2025회계연도 고용노동부 소관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임금채권보장기금(임채기금)이 사업주로부터 받아내지 못한 변제금 등 미수납액은 지난해 말 기준 4조19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채권보장기금은 회사의 도산 등으로 지급되지 못한 임금을 나라가 대신 지급(대지급)하는 목적으로 만든 기금이다. 고용노동부가 관리·운영한다.

임금채권보장기금은 만성적인 적자 구조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훨씬 많아서다. 지난해 거둬들인 돈은 9567억원이다. 필요한 돈(누적 징수결정액)은 5조3245억원이다. 필요한 돈 대비 거둬들인 돈의 비율(수납률)이 18.0%에 그친다. 2024년 수납률(20.0%)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기금 수지는 지난 6년간 매년 적자다. 지난해 적자만 707억원이다.

기금은 법으로 전년도 대지급금 지급액 이상을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은 2766억원으로 법정 기준인 6845억원(2025년 대지급금 지급액)의 40.4%에 그친다. 법정 기준 대비 4079억원이나 모자라는 셈이다.



세종정부청사 고용노동부. /사진=유충현 기자



적자의 근본 원인은 대지급금을 사업주로부터 되돌려 받는 회수율이 낮다는 데 있다. 회수율은 2020년 32.8%에서 지난해 29.7%까지 떨어져 처음으로 30%선 밑으로 내려갔다. 특히 전체 대지급금의 89.9%를 차지하는 간이대지급금 회수율은 18.1%에 불과하다. 검토보고서에는 "기금의 여유자금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적혀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적자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개정 임금채권보장법과 시행규칙이 지난 20일 시행되면서 대지급금 지급 범위가 기존 최대 3개월분에서 6개월분으로 확대됐다. 수급 상한액은 기존 2100만원에서 3150만원으로 늘었다.

사업주에게 빌려주는 돈도 대폭 늘렸다. 이전부터 있었던 일반융자 한도는 사업주당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었고, 부동산을 담보로 최대 10억원까지 빌려주는 특별융자도 새로 도입했다. 은행을 통해 빌려주는 돈이지만 잠재적으로는 기금의 부담이다. 융자받은 사업주가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기금에 부실채권 양수를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정부도 기금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10년간 0.06%로 동결돼 있던 사업주 부담금 비율은 올해부터 0.09%로 올렸다. 지난 5월에는 대지급금 미상환 사업주를 상대로 국세 체납과 같은 방식의 강제 징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했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 기금의 적자구조를 반전시키긴 어렵다는 평가다. 국회 기후환노위 전문위원은 "도산대지급금은 법원의 회생절차개시·파산선고 결정이나 도산등사실인정 이후에야 지급되는 특성상 국세체납처분 절차 도입의 효과가 충분히 높지 않을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도산대지급금 회수율과 간이대지급금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