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에 이어 금감원·예보 노조도 공동행동에 나서면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금융권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옆 의사당대로에서 한국산업은행지부, 기업은행지부, 한국수출입은행지부가 주최한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사진=뉴시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금융권 반발이 국책은행에서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로 확산하고 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직원들이 대규모 공동 집회를 연 데 이어 금감원과 예보 노동조합도 공동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금감원에서는 이직을 적극 고려한다는 직원이 10명 중 7명에 달한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와 예보 노조는 오는 24일 오전 10시30분 청와대 인근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두 노조는 '금융 안전망 붕괴 및 금융소비자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지방 이전 저지'를 주제로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국책은행 3사 노조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약 2000명이 참여한 공동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금융감독과 예금자 보호 기관까지 공동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금감원 노조는 앞서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지방 이전으로 금융회사와 감독기관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금융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민원의 81.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소비자 접근성과 민원 처리의 신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10명 중 7명 "이직 적극 고려"

금감원 노조가 공개한 내부 설문에서는 인력 이탈 우려도 드러났다. 전체 구성원 1538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이직을 '적극 고려한다'고 답한 직원은 69.7%였다. '고려한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85.6%에 달했다.



젊은 직원과 전문인력의 응답률은 더 높았다. 만 40세 미만 직원 가운데 이직을 적극 고려한다는 응답은 82.5%, 이직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92.5%였다. 전문인력의 이직 의향도 높았다. 회계사 응답자의 78.9%가 이직을 적극 고려한다고 답했고, 고려한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90.6%였다. 변호사는 각각 85.5%, 94.2%에 달했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지방 이전으로 핵심 전문인력의 대거 이탈까지 겹친다면 고도화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감독 역량은 급격히 쇠퇴하고 소비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서 감독기관까지 반발 확산

앞서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노조도 본점 이전이 정책금융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당시 집회에서는 근무지 이전이 직원의 주거와 결혼·출산 계획을 흔들 수 있다는 호소와 함께 정책금융기관이 정부 부처와 기업, 금융시장과 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감원 노조는 감독 업무 역시 금융회사와의 대면 접촉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금감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인허가와 신고서 수리, 현장검사 등을 위해 직원들이 다시 서울로 출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장소 운영과 출장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문제로 꼽았다.

정부는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올해 하반기 중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선도기관을 중심으로 이전에 착수할 방침이다. 수도권에 남는 공공기관을 최소화하고 '5극 3특' 성장전략과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국책은행에 이어 금감원과 예보까지 반발 대열에 합류하면서 금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은 금융 현장에서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고 금융사고를 예방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장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감독관"이라며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국가 금융 시스템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금융감독원 지방 이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