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장기금리 상승 여파에 국내 채권시장이 들썩이면서 오는 27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고채 금리 상승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긴축 효과를 낼 수 있으나 202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전날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1%포인트 오른 연 4.696%를 기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달 16일(4.463%)보다 0.233%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지난 18일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751%까지 올라 2012년 9월 첫 발행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기물 금리는 미국 재무부의 국채 매입 확대에 급등세가 진정됐지만 효과가 하루 만에 소진되면서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같은날 10년물 금리는 연 4.369%로 0.046%포인트 올랐다. 2년물과 5년물도 각각 0.025%포인트, 0.036%포인트 상승한 연 3.697%, 4.102%에 거래됐다.
국내 국고채 금리가 상승에 한은의 '백투백(연속)' 기준금리 인상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시장금리 상승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르는 긴축효과가 나타났고 16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 변수는 202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이다. 주택 가격 상승에 증시 활황이 맞물리면서 주택 매수 자금과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불었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은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한 201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3분기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주택 관련 대출은 12조2000억원,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12조8000억원 늘었다. 기타대출 증가액이 주택 관련 대출을 웃돈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물가 불안도 여전하다. 지난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하락하며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7.7% 올라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인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재발로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도 한은이 긴축의 고삐를 늦추기 어려운 요인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규제 완화에 따른 유동성이 풀릴 경우 금융 불균형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이 한 달 만에 2.50% 뛰며 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7월 들어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다시 80%를 넘어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물가, 고용 등 지표를 볼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가 축소되며 원·달러 환율은 1380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 금통위원들이 8월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며 "수출 증가율이 꾸준히 예상을 웃돌고 내수 지표들이 개선 조짐을 보이기 때문에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까지 각 1회씩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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