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 3세 한상철 제일약품 공동대표가 추진해온 신약 중심 성장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다국적제약사 도입상품 판매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제일약품은 국산 신약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를 앞세워 제품 중심으로 매출 구조를 바꾸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약품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제품 매출은 1480억원으로 상품 매출 1245억원을 웃돌았다. 전년 동기 제품 매출 1235억원, 상품 매출 1741억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매출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제품 매출은 19.8% 늘어난 반면 상품 매출은 28.4% 줄었다.
제일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전문의약품(ETC)을 국내에 판매하며 외형을 키워왔다. 2005년 한국화이자 출신 성석제 대표가 취임한 후로는 병·의원 영업망과 도입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 그 과정에서 외부 도입상품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한계가 뚜렷했다. 자체 신약 개발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변화의 기점은 2020년 한 대표 주도로 설립된 신약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다. 제일약품 내부에서 축적해온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과 허가, 사업화를 전문 자회사에 맡겨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제일약품 중앙연구소에서 발굴한 후보물질의 후기 임상과 글로벌 상업화를 맡았고 2024년 10월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를 출시했다.
자큐보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며 제일약품의 체질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국내 위산분비 억제제(P-CAB) 치료제 원외처방액 2위에 오르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자큐보의 올 상반기 매출은 645억원으로 전년 동기(256억원) 대비 152%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에서 23.3%로 높아졌다. 제일약품 최대 단일 품목인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매출 738억원과의 격차도 93억원까지 좁혔다.
한 대표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성 대표와 공동대표로 취임한 데 이어 지난 4월 온코닉테라퓨틱스 미등기 사장으로 합류해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성 대표가 장기간 다져온 도입상품과 영업망을 기반으로 한 대표가 자큐보 후속 성장과 신약사업 전반에 힘을 싣는 구도가 자리 잡는 모습이다.
다음 시험대는 '포스트 자큐보' 개발이다. 제일약품은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359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 213억원보다 68.4% 늘어난 규모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는 7.1%에서 12.7%로 늘었다. 후속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흐름이다.
제일약품은 당뇨병 치료제 JP-2266의 임상 2상을 마치고 연내 임상 3상 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후속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도 차세대 항암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의 임상을 췌장암과 자궁내막암, 위암 등 여러 암종으로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큐보는 제일약품의 영업망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며 "신약 개발이 매출과 연구개발 확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자큐보는 제일약품의 사업 구조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향후 후속 신약 개발 성과가 이어질 경우 자큐보와 함께 회사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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