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약사 모더나(Moderna)가 MSD(머크)와 공동 개발 중인 개인 맞춤형 mRNA 암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진'(Intismeran autogene)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이름을 알린 mRNA 기술이 항암 영역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뉴욕증시에서 모더나 주가는 하루 만에 176.97% 폭등했다. 이번 발표는 중간분석 결과를 요약한 톱라인(Top-line) 수준에 그쳐 실제 환자가 치료를 받기까지는 허가와 생산, 보험 적용 등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더나는 수술 후 고위험 흑색종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 중간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인티스메란 오토진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를 병용 투여한 환자군이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 대비 무재발생존(RFS)과 원격전이억제생존(DMFS) 지표를 유의미하게 개선하며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환자의 종양 조직을 분석해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돌연변이(신항원)를 찾아낸 뒤 이를 공격하도록 설계한 mRNA를 개별 제작하는 치료제다. 환자마다 다른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 생산한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제와 차별화된다. 업계에서는 개인 맞춤형 mRNA 암 치료제가 대규모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임상 성공과 상용화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존재한다. 모더나가 공개한 내용이 주요 결과만 담은 톱라인 발표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이다. 회사는 RFS와 DMFS 개선 사실을 공개했지만 위험비(Hazard Ratio), 전체생존율(OS), 환자군별 분석 결과, 세부 안전성 자료 등 핵심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실제 치료 효과의 규모와 임상적 의미는 추가 데이터 공개 이후 한층 명확해질 전망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향후 국제 학술대회 발표와 학술지 게재를 통해 세부 수치가 공개되어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후기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밀한 전문가 검증 과정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허가 절차 역시 넘어야 할 관문이다. 모더나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심사와 승인 절차에만 통상 1년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환자가 실제 치료를 받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FDA 승인을 받더라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별도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병원별 약제위원회 심사 등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허가 시점과 실제 의료 현장 도입 시점 사이에는 적지 않은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산 방식은 상용화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기존 의약품처럼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치료제는 환자의 암 조직 채취부터 유전체 분석, 돌연변이 선별, mRNA 설계와 생산, 배송까지 전 과정을 개별적으로 진행하며 투여까지 수 주가 소요된다.
동일한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마다 다른 치료제를 새로 제조하는 구조에 가깝다. 제조 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치료 일정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생산 역량과 공급망 관리가 상업화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환자 수가 늘어날수록 개별 제조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약가 부담은 현실적인 과제다. 업계에서는 1대1 맞춤 생산 방식의 특성을 고려할 때 환자 1인당 치료 비용이 수억 원대에 이를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허가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일반 환자의 접근성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급여 적용은 단기간에 결론 나기 쉽지 않다. 초고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경우 경제성 평가와 약가 협상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허가 이후에도 실제 환자가 치료 혜택을 체감하기까지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용 가능한 암종은 현재로선 제한적이다. 이번 임상은 고위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위암·폐암·간암·대장암 등 국내 주요 암종에 대한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적응증 확대를 위해서는 암종별 추가 임상시험과 별도의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개인 맞춤형 mRNA 치료제가 글로벌 3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다만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기까지는 데이터 검증과 허가, 생산 체계 구축, 건강보험 적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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