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품 개발에 쓰이던 SPC그룹의 독자 발효기술이 글로벌 생산의 표준화를 뒷받침할 기술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해외 매장 확대에 이어 현지 생산체제 구축이 본격화하면서 국가마다 다른 원료와 환경에서도 일정한 맛과 품질을 구현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0년간 자체 미생물 확보에 매달려온 SPC의 R&D가 해외 생산의 기술적 토대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SPC그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현재 북미에서 약 250개 매장을 운영하며 2030년까지 1000개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에는 약 2900억원을 투자해 제빵공장을 짓고 있다. 2027년 1단계 가동을 시작해 2029년 최종 확장한다.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 새로운 과제가 생긴다. 제빵은 같은 레시피를 사용하더라도 발효에 사용하는 미생물과 원료에 따라 맛과 향, 식감이 달라질 수 있다. 국가마다 다른 곡물과 생산환경에서도 파리바게뜨 고유의 품질을 일정하게 구현할 수 있는 발효기술이 중요해진다.
SPC는 2005년 서울대 교내에 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한 뒤 독자적인 발효 미생물 확보에 공을 들였다. 2016년 전통 누룩에서 제빵에 적합한 1세대 '토종효모'를 발굴해 상용화했다. 2019년에는 토종효모와 토종유산균을 결합한 2세대 발효종 '상미종'을 개발해 국제 특허를 확보했다.
다음 과제는 국내에서 확보한 미생물이 다른 식문화권의 원료에서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느냐였다. SPC는 핀란드 헬싱키대학교와 4년여간 공동연구해 2024년 3세대 기술인 'SPC×헬싱키 사워도우'와 '멀티그레인 사워도우'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 SPC 특허 미생물인 토종효모와 유산균 4종은 북유럽 대표 통곡물인 호밀 발효에서도 우수한 생물전환 능력을 보였다. 발효종 자체를 장기보존해 옮길 수 있어 해외 원료 적용 가능성과 기술의 이동성을 함께 확보했다.

공정기술은 현장 문제를 풀었다. 통곡물 제빵에는 미생물 오염과 복잡한 전처리, 딱딱한 식감이 걸림돌이었다. SPC는 7가지 통곡물과 씨앗에 발효 공정과 고온·고압 기술을 적용한 멀티그레인 사워도우로 이를 해결했다. 별도 전처리 없이 쓸 수 있고 곡물 입자를 살리면서도 부드럽다. 관련 공정은 특허를 출원했다. 3세대 발효기술로 만든 통곡물빵에서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는 피틴산과 소화를 불편하게 하는 프럭탄 함량이 줄고 수용성 식이섬유와 단백질 이용률이 늘어난 것도 확인됐다. 혈당 지수도 낮았다.
연구 성과는 제품과 수치로 검증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선보인 파리바게뜨 건강빵 브랜드 '파란라벨'이 대표적이다.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한 반죽을 돌오븐에 구운 '쫄깃 담백 루스틱', 해바라기씨와 검정깨 등 통곡물을 넣은 '멀티그레인 호밀빵' 등을 내놨다. 바질리코타호밀 샌드위치와 저당닭가슴살 샌드위치 등으로 라인업도 넓혔다. 파란라벨은 건강빵은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판매량 2400만개를 돌파했다.
SPC 관계자는 "회사가 확보한 미생물과 혁신공정 등의 원천기술은 해외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며 "유산균과 멀티그레인 사워도우, 개량제 등은 장기보존과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이 어려운 기술도 지속적인 연구와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수출 가능한 상태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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