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미 연합훈련이 잇달아 축소·취소되면서 한국의 대북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서두르면서 북한의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한을 배제하는 전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승전 해병대 공보과장은 24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미 해병대가 지난 6월 중동 상황을 고려해서 이번 쌍룡훈련 기간 중 군사력 운영이 제한되는 상황임을 우리 해병대에 정상적으로 알려 왔다"며 "올해 쌍룡훈련은 시기상 조금 제한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향후 쌍룡훈련의 재개와 관련해서 한미 해병대는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쌍룡훈련은 한미 해군과 해병대가 격년제로 실시하는 연합상륙훈련이다. 미 해병대는 6월 중동 상황에 따른 전력 운용 제한을 한국 해병대에 통보했고, 결국 올해 훈련은 취소됐다. 쌍룡훈련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을지 자유의 방패(UFS) 축소 지시보다 앞서 결정된 만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조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추진하면서 UFS까지 축소한 상황에서 쌍룡훈련 취소까지 겹치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통한 대북 억지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에 따라 UFS는 당초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21일 조기 종료됐다.
UFS 축소 과정에서 한미 간 사전 조율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SNS를 통해 연합훈련 축소 방침을 밝힌 뒤 한국 측에 관련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미 군 당국 사이에서 소통 문제가 반복됐다는 점도 동맹의 대비태세를 둘러싼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 전방에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군 무인기를 우리 군이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해 적 무인기 대응 방공작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하는 일이 발생했다. 합참 조사 결과 양국 실무진의 소통 오류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대북 정보에서도 한미 간 인식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북한이 5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80~120개 정도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정확한 수치를 밝히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수치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 이후 한국과 미국을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20일 담화에서 "돌연 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서울은 제일 즐겨하던 '전쟁놀이' 판을 거두어야 하는 가긍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한국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닫지는 않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했지만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늘리고 미사일 타격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북한이 한반도를 겨냥한 대남 타격용 무기체계인 화성-11 계열 전술탄도미사일과 600㎜ 초대형 방사포가 대부분 개발 완료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 파병 등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있는 점은 위협으로 봐야 한다"며 "한미가 이견을 보이면 주변국이 오판할 수 있다. 이번 연합훈련 축소는 미국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한미가 메시지를 통일하고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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