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주택공급 방안에 대한 논의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서울시청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여당이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인허가 등 지정 권한을 광역단체장에서 기초단체장으로 이양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에 주택공급 방안을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또다른 정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24일 오후 기자 브리핑을 열고 정비사업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할 경우 주택공급효과는 미미한 반면 난개발 등 부작용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동구 서울시 건축기획관 직무대리는 "정비사업 9개 인허가 중 7개 권한이 자치구에 있고 최근 3년간 구역 지정 심의 기간은 평균 84일, 가결률은 90%를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 단위로 정비사업을 결정하면 광역 도시계획이 무너지고 난개발을 초래한다"며 "공공기여 비율과 용도 기준이 자치구마다 상이해져 특혜 논란과 부동산 투기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은 전날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서울의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지정권과 통합심의권을 자치구로 이양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5개 자치구의 인허가가 한 번에 서울시로 몰리며 인허가가 길어지는 병목현상을 해소한다는 이유다. 서울시에 따르면 500가구 이하 정비구역은 193개소 48만4000가구다. 정비사업 주요 절차는 총 9단계이며 정비구역 지정 심의와 통합심의에 4개월이 소요된다. 전체 사업 기간은 평균 12년으로 심의에 소요되는 시간은 2.7% 수준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용산공원 갈등 이어 민간 정비사업도 충돌

서울시는 정부의 주택공급을 위한 용산공원 부지 활용을 놓고 최근 대립하다가 민간 정비사업 부문에서도 새로운 갈등 국면을 맞았다. 오 시장은 정부를 상대로 서울 정비사업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는데, 소규모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빼앗기는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공원 부지에 주택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의 상정이 예정된 가운데 오 시장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다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주택공급 방안을 논의할 계이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부지 일부에도 주택공급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서울 종묘 일대 재개발은 반대하고 용산공원에는 주택공급을 추진하고 있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서울 도심 국유지를 주거지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시험하는 상징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