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자동차업종 공동파업 대회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대기업 노조의 투쟁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도마에 올랐다. 단순한 임금·성과급 협상을 넘어 회사의 이익배분과 투자 등 경영판단까지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다.

정부가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쟁의 기준 마련에 착수했지만 노동권과 경영권 사이의 경계선을 설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체계를 도입하라는 투쟁이 번지고 있다.

노조의 성과급 투쟁은 지난 3월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정 노조법이 노동쟁의의 대상을 기존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근로조건 중심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해석이 엇갈린다. 기업의 투자와 사업 재편, 공장 신설·이전 등 경영판단과 노동자의 임금·근무지·처우가 맞물리는 지점이 많아서다.



노동계는 성과급 역시 노동의 대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가 지급하는 성과급이 근로자의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기능하고 있다면 임금·근로조건의 일부로 봐야 하기 때문에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이익배분은 본질적으로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본다. 회사가 영업이익을 임직원 성과급으로 얼마나 배분할지는 물론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재무건전성 확보, 주주환원 등에 어떻게 배분할지를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영계는 노동계의 주장대로라면 경영상 결정 상당수가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와 공장 신설·이전, 사업 재편 등이 근로자의 근무지나 고용·임금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회사가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해당 안건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며 정부·회사·노조가 참여하는 노사정 대화를 요구했다.

경영계는 정부에 보다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배분뿐 아니라 공장 신설·이전과 주요 투자 등 기업의 고유한 경영판단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명확하게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업 이익의 활용 방식과 규모는 기업의 자체적인 경영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할 사안이고 신규 공장 설립 여부나 투자 지역·규모·시기에 관한 결정 역시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한다"며 "정부는 성과급이나 공장 신설 등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 현장의 혼선이 계속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고용노동부에 노동쟁의 범위를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으로 명확히 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기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쟁의 행위 범위를 하위법령으로 제한할 경우 정부가 노동권을 억압하고 올해 시작된 노란봉투법의 기본가치를 스스로 퇴색·축소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 경우 노조의 투쟁 대상이 기업을 넘어 정부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노동쟁의 대상을 좁히는 문제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노조법이 시행 초기부터 정부의 소극적·후퇴적 태도로 형해화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쟁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한하지 않을 경우 산업현장의 갈등이 지속돼 기업의 경영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나 지역발전 전략 등 기업의 지방 투자 유도 정책 역시 노동계와의 이해관계 충돌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노동권과 경영권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경계선을 설정하느냐가 향후 노사관계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