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을 로슈 그룹 자회사 제넨텍에 기술수출했다.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비만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 로슈그룹에 기술수출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축이 단순 체중 감량에서 근육 보존과 체성분 개선으로 넓어지는 가운데 비만 신약 프로젝트 'H.O.P'가 대형 기술이전 성과로 이어졌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이날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과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17321의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확보한다.



계약 규모는 최대 23억달러(3조5000억원)다. 한미약품은 선급금 1억9000만달러(2850억원)를 받고 임상 개발과 허가, 상업화 단계에 따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한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매출에 따른 로열티(경상기술료)를 받는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은 한미약품이 마무리하고 임상 2상부터 제넨텍이 개발을 이어간다.

이번 계약은 한미약품이 2015년 사노피와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이후 단일 후보물질 기준 최대 규모다. 당시 사노피 계약은 당뇨 신약 후보물질 3종을 묶은 포트폴리오 계약이었다. 이번에는 HM17321 단일 후보물질만으로 최대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M17321은 한미약품이 2023년 시작한 비만 신약 프로젝트 'H.O.P'의 주요 후보물질이다. H.O.P는 환자의 비만 정도와 특성에 따라 여러 치료제를 개발하는 전략이다. 한미약품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와 GLP-1·위억제펩타이드(GIP)·글루카곤을 동시에 겨냥하는 삼중작용제 HM15275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H.O.P 프로젝트에서 나온 첫 대형 기술이전 성과다.



로슈는 최근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2023년 최대 31억달러(4조2700억원) 규모의 카못테라퓨틱스 인수 계약을 체결해 GLP-1·GIP 이중작용제 등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질랜드파마와 포만감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 아밀린을 활용한 장기지속형 치료제 '페트렐린타이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확보한 HM17321은 비인크레틴 계열 우로코르틴-2(UCN2) 유사체다. 기존 GLP-1 계열과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며 체중을 줄이면서 근육을 보존하는 치료제를 목표로 한다. 로슈는 체중 감량 중심의 후보물질에 근육 보존을 겨냥한 HM17321을 추가하면서 비만치료제 개발 범위를 넓히게 됐다. 한미약품은 향후 인크레틴 계열 치료제와 병용하거나 고정용량복합제로 개발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보리스 L. 자이트라 로슈 기업사업개발 총괄은 "지방량을 선택적으로 감소시키는 동시에 근육량과 근기능을 개선하는 차별화된 치료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인영 한미약품 부사장은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체성분 개선과 대사 건강 회복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HM17321의 차별화된 과학적 기전과 개발 잠재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