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반등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 거래 열기는 연초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는 배경으로 제도화 지연에 따른 상품·서비스 부족, 법인·기관 참여 제한 등을 꼽는다.
25일 글로벌 코인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8월(25일 낮 12시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월간 거래대금은 181억3815만달러(약 25조1000억원)로 집계됐다.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 7월 대비 상승했지만 여전히 연초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국내 5대 거래소 거래대금은 지난 1월 735억2379만달러(101조7300억원)에서 2월 843억840만달러로 증가한 뒤 3월 576억7786만달러, 4월 531억6192만달러, 5월 439억5404만달러, 6월 174억9389만달러, 7월 144억6733만달러까지 감소했다. 이달 들어 일부 반등했지만 1월 거래대금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최근 주요 가상자산 가격 반등은 거래소 입장에서는 반가운 신호다. 지난 한 주(16~22일) 동안 비트코인은 22.3%, 이더리움은 28.3%, 솔라나는 24.9% 상승했다. 거래소들도 시장 반등을 계기로 수수료 무료와 리워드 등을 앞세워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엑스(코빗)는 이날부터 원화마켓 전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1년간 전면 무료화했다. 빗썸과 코인원도 이달 API 거래 수수료 무료와 신규 가입·거래 리워드 이벤트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이벤트가 투자자를 장기간 붙잡지는 못했다. 올해 코인원은 거래대금 환급과 수수료 무료 정책, 코빗은 USDC 수수료 무료와 리워드 프로모션을 통해 거래를 크게 늘렸지만 이벤트 종료 이후 거래대금은 다시 감소했다. 2월 말 두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0% 안팎까지 상승했지만 이벤트 종료 후(4월20일 기준) 코인원 3.36%, 코빗 0.56%로 다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도 코인원은 76%, 코빗은 98% 감소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부 거래소들은 수수료 무료 정책이나 리워드 이벤트 등을 통해 단기적인 거래량 방어를 시도하고 있지만,이벤트 종료 이후 거래대금이 다시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성장 동력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자체를 완전히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투자 수요가 해외 거래소와 온체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전문 조사기업인 타이거리서치가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약 47조원의 가상자산 투자자금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적 차이를 좁히려면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가상자산 산업 전반 규율을 담을 2단계 입법과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하면서 시장의 제도적 불확실성도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단계 입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 예치금·가상자산 보호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규제, 이상거래 감시 등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 확립에 초점을 맞췄다.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 발행·유통과 사업자 규율, 내부통제,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1단계법에서 다루지 못한 산업 전반의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안은 1년 넘게 지연되는 상태다.
법인과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점도 한계다. ETF(상장지수펀드)와 파생상품, 커스터디(수탁), 결제·송금 등으로 시장이 확장돼야 새로운 투자 수요와 수익원이 생길 수 있지만 관련 제도 정비가 충분히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국내에서는 현물 매매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보다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찾는 수요가 해외 거래소와 온체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자체적인 이벤트나 프로모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구조적으로 법인·기관 참여를 넓히고 ETF나 수탁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제도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규제의 핵심 과제는 은행, 증권, 결제 등 기존 금융 인프라 안에서 디지털 자산을 어떤 규칙으로 수용할지"라며 "새로운 상품을 기존 규제 체계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정과 세부 규칙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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