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통지 없는 현장조사는 적법하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뉴스1


쿠팡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전 통지 없는 현장조사의 적법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쿠팡은 현장조사 7일 전 통지가 법적 의무라고 주장하는 반면 공정위는 증거인멸 등이 우려될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1일 법원에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사전 통지 절차를 지키지 않은 현장조사는 적법하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공정위는 지난 19일 쿠팡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에 착수하려 했다. 쿠팡이 경쟁 온라인몰보다 상품 가격이 비쌀 경우 자동으로 발행하는 이른바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 일부를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당초 조사 기간은 19일부터 28일까지로 예정됐다.

그러나 쿠팡은 조사 사실을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19~21일과 24일 총 4차례 현장조사를 시도했지만, 쿠팡이 거부 방침을 유지하면서 결국 빈손으로 현장에서 철수했다. 쿠팡이 제기한 소송 사실은 24일 공정위에 통보됐다.

쟁점은 현장조사에 앞서 사전 통지가 필요한지 여부다. 쿠팡이 근거로 제시한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실시할 경우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조사 일정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전 통지 없이 이뤄진 이번 현장조사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게 쿠팡의 주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적법한 현장조사 등에 전적으로 협조해왔고 법이 요구하는 모든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현장조사 7일 전에 사전 통지해야 하는 법상 의무는 조사 대상자의 권익과 권리를 보장하는 적법한 절차이며, 쿠팡은 공정위가 이 같은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점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사전 통지 의무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조사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면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사전 통지로 증거인멸 등이 우려돼 조사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조사 개시와 동시에 현장출입조사서를 제시하거나 조사 목적 등을 구두로 통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사 재개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신청한 집행정지에 대한 판단까지 1~2주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현장조사를 재개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공정위는 쿠팡의 소송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조사를 다시 진행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의 주장대로 7일 전 사전 통지한 뒤 조사에 나서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조사 대상 업체의 거부로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이 쿠팡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공정위로서는 사전 통지 없이 진행해온 조사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소송 결과가 향후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현장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