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생활안정대출은 출시 두 달도 채 안 돼 한도조회 2만3611건을 기록했고, 평균 약정액도 875만원에 달해 중·저신용자의 급전 수요가 상당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사진=뉴시스


"월급날은 아직 남았는데 통신비와 월세, 병원비가 겹쳤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한도마저 이미 찼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중금리 생활안정대출'을 소개하며 제시한 사례다. 실제 대출비교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자금 사정이 읽힌다. 최대 1000만원을 대출해주겠다는 상품에 두달이 채 안되는 기간 2만3000여명이 몰렸다.



26일 핀다가 [시대]에 제공한 중금리 생활안정대출 이용 데이터에 따르면 상품이 출시된 6월29일부터 8월19일까지 한도조회 건수는 총 2만3611건이었다. 한도승인 건수도 2만3369건이었다.

조회 수요는 출시 직후부터 꾸준했다. 주간 한도조회는 3000건 안팎이던 것이 7월 말~8월 초에는 3500건을 웃돌았다. 실제 대출 약정으로 이어지는 비중도 늘었다. 약정률은 8월 초 52.2%에서 중순 55.6%로 오른 데 이어 17~19일에는 62.0%에 달했다.

1000만원 중 평균 875만원…급전 수요 몰렸나

중금리 생활안정대출은 가계대출 규제로 추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중·저신용자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해 출시됐다.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차주가 대상이다. 전 금융기관을 합해 최대 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평균 약정액이 875만원에 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최대 한도와 실제 빌린 금액의 차이가 125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단순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출 가능 금액을 알아보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실제 상당 규모의 생활자금이 필요했던 차주가 적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핀다 관계자는 "평균 약정액이 최대 한도의 87.5%에 달한다는 것은 필요한 만큼 최대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컸다는 의미"라며 "가계대출 규제로 추가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당장 생활비 등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많이 찾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생활안정대출에는 이미 다른 대출을 보유한 차주들의 추가 자금 수요도 상당 부분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출로 금융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한도를 소진했지만 생활비나 예상하지 못한 지출로 추가 자금이 필요한 이들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대출을 갖고 있는 차주가 추가 대출을 받고 싶어도 한도 때문에 받지 못했던 수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실제로 자금 사정이 어려운 분들의 수요도 함께 들어온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수요 있지만 공급은 줄었다

중금리 생활안정대출은 출시 후 취급사가 늘고 이용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시장 전체로 보면 공급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4조90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4% 줄었다.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며 저축은행들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확대에도 보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이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달부터 제2금융권 중금리대출 증가분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100% 제외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의 기존 제외 비율은 80%였다. 중금리대출을 늘리더라도 금융회사 전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 맞춰 중금리 생활안정대출 공급도 확대되고 있다. 6월 말 KB·OK·SBI·신한·예가람·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이 상품을 출시한 이후 참여사가 늘어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은 저축은행의 주요 상품 가운데 하나"라며 "기존에 대출을 갖고 있으면서 한도에 막혀 추가 자금을 받지 못했던 차주나 실제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분들에게는 이번 생활안정대출이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