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청역 2번출구에서 나와 걸어서 5분, 서울 강남구 일원동 39만3000㎡ 규모의 평평한에 탄천 물재생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마루공원 중앙광장까지 걸으니 하수처리시설 옆에 탄천이 흐른다. 그 위로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눈에 들어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에 1만3000가구 주택을 공급할 후보지로 제안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다. 대규모 하수처리시설과 2013년 일원동 주민들이 악취와 주거환경 악화를 문제 삼아 상부 복개공사를 진행한 '일원에코파크'가 한 공간에 위치한다.
지난 26일 오후에 찾은 탄천 물재생센터는 서울 동남부에서 나오는 90만㎥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잔디광장과 어린이 놀이시설, 체육시설이 들어서 하수처리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강남의 여느 근린공원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코를 찌를 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진한 하수 악취가 공원 전반을 뒤덮고 있었다.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는 대청역(3호선·수인 분당선)과 수서역(SRT)이 인접해 대중교통망이 탄탄하고 동부간선도로 진출입이 수월하다. 대모산과 가까워 '수세권'과 '숲세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탄천을 건너면 잠실 생활권이고 양재천 방면으로 대치동 학원가가 이어진다.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의료 인프라도 이용할 수 있어 청년층과 노년층이 거주하기 선호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탄천 물재생센터를 이전한 뒤 부지 절반가량에 주택 1만3000가구를 짓고 나머지는 공원과 로봇 등 피지컬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시설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년들이 주거와 일자리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가칭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청년안심주택이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행복주택(청년, 신혼), 장기전세주택2(신혼), 매입임대주택(청년, 신혼) 등이 청년주택 모델로 거론된다.

인근 시민들은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에 주택이 들어서는 대책에 반기는 분위기다. 탄천 물재생센터 인근에서 만난 강남구 일원동 주민 A씨는 "이 동네에서 20년 넘게 살았는데, 지하철역이 가깝고 부지가 넓어서 주택이 들어서기 최상인 동네"라며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이 거주 문제를 해결하기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규모 공공주택이 들어설 경우 발생하는 교통 인프라 포화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혐오시설이 이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일원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탄천물재생센터, 한국가스안전공 등 탄천변에 따라 이어진 기피시설을 이전하면 개포 우성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에 훈풍에 불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하수시설을 단기간 이전·지하화할 수 있을 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탄천 물재생센터 이전 후보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서울에는 중랑·난지·탄천·서남 4개 물재생센터가 있는데 탄천을 전부 없애려면 기존 하수관망을 재설계하고 하수 처리능력을 다른 센터에 추가 확보해야 한다. 이전 부지가 서남·난지·중랑에 탄천 물량을 받아낼 수 있는지 별도의 기술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 심의나 행정 절차 등도 넘어야 한다. 하수처리와 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물재생센터 특성상 기능을 유지하려면 센터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전 지역 주민 반발, 기초자치단체 간 갈등 등으로 사업 자체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당 소속 서울시 구청장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이 대안으로 제출한 탄천 물재생센터는 하수 처리시설을 옮기지 않고 주택공급이 불가능한데 어디로 옮겨가자고 제안하는 건지 여쭤보고 싶다"며 "시민, 청년들에 5년 안에 착공 가능한 주택사업을 하자는 정부 제안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산공원의 용도를 변경해 주택을 공급하는 시간과 탄천 물재생센터 이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어떤게 주택공급에 효과적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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