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며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관계가 한층 긴밀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을 통해 엔비디아의 AI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뒷받침하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AI 플랫폼으로 삼성전자의 제조 현장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 양사가 서로의 사업 생태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협력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24일(현지시간) '그록3 LPX' 양산을 시작했다. 그록3 LPX는 추론 전용 칩인 언어처리장치(LPU) 256개를 묶어 캐비닛 크기의 랙으로 구성한 AI 가속기로 AI 에이전트의 추론 속도를 높인다. 핵심 부품인 LPU는 전량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메모리 공급사와 고객사로 출발한 두 회사는 AI 시대를 맞아 서로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공생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양사는 1995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첫 그래픽카드 'NV1'에 D램을 공급하며 처음 관계를 맺었다. PC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심으로 성장한 엔비디아는 GPU의 병렬 연산 능력이 AI 학습·추론에 적합하다고 평가받으며 핵심 기업으로 올라섰다.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급하는 고성능 메모리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역할도 확대됐다.
최근 엔비디아가 반도체·데이터센터 인프라·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풀스택 AI 기업으로 변모하면서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소캠2(SOCAMM2)를 공급한다. 베라 루빈은 베라 CPU와 루빈 GPU를 결합해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모두 처리하는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이다. HBM4는 루빈 GPU에 연산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고 소캠2는 베라 CPU가 대용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전자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는 베라 루빈의 데이터 저장을 담당한다. PCIe 6.0 기반 'PM1763'은 베라 루빈의 메인 스토리지로 채택됐다. PCIe 5.0 기반 'PM1753'은 새롭게 도입되는 메모리 확장(CMX) 플랫폼에 공급될 예정이다. CMX는 AI 추론 과정에서 생성되는 KV 캐시 데이터를 GPU 외부의 저장장치로 옮겨 저장·활용하는 기술이다. GPU 메모리 용량의 한계를 보완하고 추론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인다.
엔비디아도 GPU와 AI 플랫폼을 제공해 삼성전자의 제조 현장 혁신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공정·장비·품질관리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가 스스로 분석·예측·제어하는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 기간을 단축하고 제조 효율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향후 수 년 동안 엔비디아 GPU 5만장 이상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산업용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도 제조 현장에 적용한다. 실제 반도체 생산시설과 동일한 환경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공정과 장비 운영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옴니버스를 기반으로 설비 이상 감지, 고장 예측, 생산 일정·물류 최적화가 가능한 제조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AI 컴퓨팅 기술인 쿠리소(cuLitho)·쿠다-X(CUDA-X)를 일부 반도체 공정에 도입했다. 노광 공정을 비롯한 미세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회로 왜곡을 예측·보정해 설계 정확도와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노광은 반도체 웨이퍼 원판 위로 빛을 쏘아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해 공정 시뮬레이션 속도를 기존보다 20배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는 30년 넘게 협력하며 기술적 신뢰를 쌓아왔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AI 팩토리에서 협업 성과가 축적될수록 양사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했다.

![[시대와의대화] “대통령 되면 구름 위에… 땅이 잘 안 보여”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③](https://i.ytimg.com/vi/b6N_5QFrGjA/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EC%9A%B0%EC%B8%A1%20%EC%B5%9C%ED%95%98%EB%8B%A8.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