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실종자 장모씨가 숨진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 숲 앞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누군가가 놓고 간 국화꽃 다발이 놓여 있다./사진=뉴시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9월에 제주도 여행 계획을 잡아놨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박씨는 "험한 뉴스가 많아서 불안하다"면서 "위약금을 물고 여행을 취소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주말을 거치며 실종자 4명이 시신이 무더기로 나오면서 '평화의 섬' 제주가 오명에 휩싸였다. '귤보디아'(귤+캄보디아), '범죄의 섬'…. 제주살이 연예인이 SNS에 올린 "밤에는 잘 안 다니지만 요즘은 산책도 좀 무섭다"는 글도 크게 회자되고 있다. 제주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대]가 제주의 치안 상태를 객관적으로 따져봤다.

체류 관광객 포함하면 제주 범죄율 뚝 떨어져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한국 사회 지표'를 보면, 2024년 기준 제주도의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범죄율)는 4540건으로 10년째 전국 1위다. 전국 평균(3343건)보다 35.8%나 높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발표하는 '지역안전지수' 역시 범죄 부문에서 17개 시도 중 부산과 함께 5등급으로 최하위다.



다만 범죄율의 경우 주민등록상 상주인구를 모수로 둔 탓에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1384만6961명으로 상주인구(67만여 명)의 20배가 넘는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676만5358명이 제주를 찾았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관광객 평균 체류 일수는 내국인이 3.74일, 외국인이 4.73일이다.

방문 관광객 수와 평균 체류 일수를 감안하면 제주의 하루 평균 체류 인원은 14만6000여명이다. 상주인구에 이를 더한 실질 인구(82만여 명)를 기준으로 범죄율을 따지면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3731건으로 17.8% 감소한다. 이는 전국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SNS에서 제주도의 높은 범죄율과 관련해 "범죄율 통계를 내는 방식 때문에 나오는 착시 현상으로, 제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위험한 곳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위성곤 제주지사은 2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물론 범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는 내가 볼 때 안전하다"며 CCTV와 가로등 설치 확대, 야간 순찰 강화, 휴대전화 불통 지역 개선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 CCTV, 전국 평균의 2배 이상 많아

제주에 상주하는 경찰력도 부족하다고 보긴 어렵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제주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314명으로 전국 평균(391명)보다 낮다. 제주는 지난해 8월 기준 ▲경찰서 3곳 ▲지구대 7곳 ▲파출소 19곳이 치안을 관장하는데, 국가경찰과 별도로 자치경찰 152명이 활동 중이다.

CCTV가 부족하다는 것도 따져볼 지점이다. 제주도에는 CCTV 1만9096대를 관제요원 85명이 통제 중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자체 통합관제센터에 연계된 CCTV는 71만1077대로, 인구 1000명당 13.9대꼴이다. 제주도의 경우 이 바율이 28.8대로,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이다.

장모씨 실종 사건에서 CCTV가 제 역할을 못 한 것은 실종 신고가 허위로 종결되면서 영상 데이터 보존 기한을 넘겨버린 탓이 크다. 장씨의 시신이 발견된 한림읍 일대에는 방범용·교통정보용 카메라 118대가 설치돼 있다. 이에 제주도는 CCTV 영상 보존 기한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늘리는 개선책을 내놨다.

제주도 악성 루머의 중심에는 결국 경찰 치안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실종 사건을 허위로 덮은 부 모 경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함께 재발방지책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장씨 유가족은 지난 27일 빈소를 찾은 취재진에게 "우리보다는 실종신고를 허위 종결한 경찰과 그에 대한 수사 상황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시대]에 "관광지인 제주도 특성상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공포와 두려움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지역 사회와 경찰 신고 체계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지역 맞춤형 방범 체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