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경매 전문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실수요자의 자금난을 덜기 위해 가계대출 공급을 확대하며 올 들어 닫혔던 주택담보대출 창구가 다시 열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연속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 조달비용 상승이 겹치면서 차주가 부담해야 할 대출금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대출 공급은 늘었지만 금리는 오르는 엇갈린 흐름 속에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재개했다. 11월 실행분을 대상으로 지난달 21일부터 접수를 중단한 뒤 다시 창구를 열었다. 신한은행도 10월 중순 실행 예정인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모집인 접수를 다시 받기 시작했다.



다만 모든 제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주담대 모기지보험인 MCI·MCG 가입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MCI·MCG를 이용하지 못하면 지역별 소액임차보증금만큼 대출 가능액에서 차감하는 방공제가 적용돼 실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은행들이 대출 접수를 재개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완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에서 올해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을 당초 1.5%에서 3% 수준으로 높였다.

늘어난 대출 여력은 주택공급 촉진과 청년 주거 안정, 실수요자의 자금 애로 해소 등에 활용하도록 했다. 투기 목적의 대출 수요는 경계하되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자금은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액은 기존 4조3400억원에서 6조9800억원으로 약 60%(2조6400억원)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대출 공급이 확대되는 시점에 금리 환경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지난달 27일 다시 3.00%로 인상했다. 한은은 물가 오름세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과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대출 증가 등 금융안정 위험을 인상 배경으로 제시했다.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주담대 금리는 8월 기준금리 인상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부터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7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 취급 주담대의 고정형 평균금리는 연 4.76%로 전월보다 0.23%포인트 상승했다. 변동형 금리도 연 4.35%로 0.08%포인트 올랐다. 전체 예금은행 대출금리는 연 4.27%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낮아졌지만 주담대는 반대 흐름을 보였다.

금리 상승기에도 신규 차주들은 변동형으로 몰리고 있다. 7월 신규 주담대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한 비중은 68.1%로 2014년 2월 이후 1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월 9.8%에서 9개월 만에 6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반면 고정형 비중은 31.9%까지 떨어졌다.

고정형과 변동형의 금리 격차가 벌어진 영향이다. 7월 신규 취급 주담대의 고정형 평균금리는 변동형보다 0.41%포인트 높았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당장 적용되는 금리가 낮다 보니 변동형을 선택하는 차주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변동형을 선택한 차주는 향후 금리 상승 위험을 떠안게 된다. 변동형 주담대의 주요 기준인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4월 2.89%에서 5월 2.90%, 6월 3.05%, 7월 3.18%로 넉 달 연속 올랐다. 7월에는 전월보다 0.13%포인트 상승해 2024년 12월 3.22%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00%,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2.65%로 각각 상승했다.

코픽스는 국내 주요 은행이 예·적금과 금융채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평균 비용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도 상승하고, 이는 일정한 주기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에 반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코픽스에 반영될 경우 금리 재산정 주기가 돌아오는 변동금리 차주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