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거래대금이 계속 감소세다.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이탈해 은행 예금이나 미국 주식 등 다른 길을 찾아 나서고 있는 모습도 나타났다. 코스피가 6000선을 맴도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가 상승하고 환율 부담이 줄어든데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예금에 대한 매력도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코스피 거래대금은 하향세를 보였다. 6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50조3471억원에 달했지만 급락장이 시작된 7월에는 36조8754억원까지 감소했고 8월에는 25조8460억원까지 줄었다.
지난 8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7월 대비 29.90% 감소했다. 6월 대비로는 48.66% 줄었다. 9월 첫날이었던 지난 1일 거래대금은 19조2034억원까지 내려오며 지난 8월10일 이후 처음으로 10조원대까지 하락했다. 연일 사이드카가 발동되던 변동성은 진정됐지만 투자자들은 점차 증시에 흥미를 잃고 이탈하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 격인 투자자예탁금 역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26일 투자자예탁금은 98조91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11일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 선 아래로 내려온 뒤 4거래일 연속 100조원 선을 밑돌고 있다. 한창 증시가 뜨겁던 지난 6월4일에는 139조6947억원까지 치솟았지만 8월31일에는 99조7044억원으로 내려오며 28.62% 감소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8월 코스피가 반등했음에도 고객 예탁금이 감소했다는 점은 잠재적인 수급 여건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며 "예탁금은 최근 100조원대를 밑돌았고 거래대금도 5~7월 60~70조원대까지 갔지만 8월 들어 30~40조원대까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예금·미국 주식 금액은 증가세

반면 은행 예금과 미국 주식 투자 등 타 자산은 증가세다. 증시에 지친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돈을 빼서 다른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05조2319억원을 기록했다.
6월 말 949조3998억원이었던 정기예금은 7월 말 984조9399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8월 말에 백투백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도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예금 금리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 투자도 증가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 7월 1714억6580만달러(약 234조5480억원)에서 8월 1883억6417만달러(약 257조6633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 7월 46억4243만달러(약 6조3513억원)를 순매수했던 투자자들은 8월에는 19억6236만달러(약 2조6847억원)를 추가 순매수했다.
지난 7~8월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은 66억479만달러(약 9조360억원)였는데 이는 2026년 상반기 전체 순매수액 93억6346만달러(12조8138억원)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환율 부담이 적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 서울 외환시장 기준 지난 7월1일 1548.4원에 달하던 원/달러 환율은 8월31일 1376.5원까지 하락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이사는 "코스피는 7월 이후 횡보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S&P500이 박스권을 뚫고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며 "한국은행도 금리를 백투백 인상하며 정기예금 금리에 대한 기대도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은행에서 자금을 빼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주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주식시장의 열기가 완전히 식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한지영 선임연구원은 "투자자 예탁금이 줄었지만 여전히 연초의 87조원 수준을 웃돌고 있어 이를 실탄 감소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특히 외국인의 순매도 강도가 점차 약해지고 있어 향후 국내 투자자의 수급 공백을 상쇄할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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