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국내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타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부분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에서도 공정한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수주와 실적 반영 사이 시차가 큰 조선업 특성상 영업이익을 성과급과 직접 연동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일부터 집행간부와 교섭위원, 대의원 등이 참여하는 7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노사는 지난 1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18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조가 회사 측 첫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제시안에는 기본급 10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격려금 200%+100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노조는 오는 10일까지 산하 조직별로 순차적인 부분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3일과 7일은 정상 조업하고 15일에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선다. 올해 국내 조선 3사 임단협 과정에서 나온 첫 파업 사례로 업계는 노사 갈등이 다른 조선사로 확산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임단협의 주된 쟁점 중 하나는 성과급 산정 방식이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공정한 성과 배분을 강조하며 상여금·성과급 확대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이 성과급에 반영돼야 한다는 게 노조의 공통된 주장이다. 실제 조선 3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은 30조원을 돌파했고 같은 기간 수주액도 300억달러(한화 약 41조원)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같은 호황기라도 산업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금석호 HD현대중공업 사장(왼쪽)과 김동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 지난 6월2일 2026년 임단협 상견례에 참석한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조선업은 선박을 수주한 뒤 설계와 자재 조달, 건조를 거쳐 매출을 인식하기까지 통상 2~3년이 걸린다. 과거 수주한 선박의 가격과 원가가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다. 당해연도 영업이익에 여러 해에 걸친 성과가 혼재돼 있어 반도체식 단기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사측 논리다.



업계 역시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보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도입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분파업이나 순환 파업은 추후 공정 만회가 가능해 당장 큰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파업보다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더 큰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요구안 관철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업이익 N% 투쟁이 자동차와 철강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 도입 사례가 반도체 업종에 한정돼 있어서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도 올해 각각 순이익과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을 요구했으나 최종 합의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요 대기업 노조의 교섭 의제로 영업이익 N% 성과급이 올랐지만 정작 실제 합의안에서는 대부분 빠졌다"며 "그만큼 회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노조도 이를 알고 있어 다른 요구를 받아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