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시장 성장에 힘입어 펩타이드를 둘러싼 생산·신약·플랫폼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바이오업계 경쟁의 무게중심이 신약 개발을 넘어 펩타이드 생산능력과 플랫폼 기술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비만약 수요 확대와 함께 펩타이드 원료 및 위탁생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들은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을, 한미약품은 신약을, 펩트론은 플랫폼을 앞세워 급성장하는 펩타이드 가치사슬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펩타이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투자와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펩타이드는 여러 아미노산이 짧게 연결된 물질로, 연결 구조가 길고 복잡해지면 단백질이 된다. 체내 특정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의약품 활용도가 높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는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이 지난해 660억달러(약 92조원)에서 올해 920억달러(약 12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 인크레틴 기반 비만치료제가 대표적인 펩타이드 의약품인 만큼 비만약 시장 확대는 펩타이드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펩타이드 치료제 시장이 지난해 1409억달러(약 196조원)에서 2033년 2946억달러(약 41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만·당뇨 등을 포함한 대사질환 분야가 전체 시장의 63.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업계는 향후 적응증 확대와 처방 증가에 따라 시장 외연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의 전략은 생산과 신약, 플랫폼 분야로 뚜렷하게 갈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항체의약품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펩타이드까지 확대하고 생산시설과 고객 기반을 확보해 성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비만약 수요 증가에 따라 원료 생산과 위탁생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 경쟁력 확보에 무게를 둔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대규모 생산시설 운영 역량과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펩타이드 기반 비만·대사질환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GLP-1 계열을 비롯한 차세대 비만신약 후보물질에 자체 약효 지속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인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다양한 비만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치료제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펩트론은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을 앞세우고 있다. 약물이 체내에서 일정하게 방출되도록 해 투약 주기를 늘리는 기술로 치료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확대될수록 약효 지속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수요 역시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비만약 시장 확대와 함께 기업 간 경쟁이 신약 개발을 넘어 원료 생산과 플랫폼 기술 확보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형기 서울대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GLP-1 치료제가 펩타이드 의약품 수요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며 "앞으로는 신약뿐 아니라 생산과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