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한국 정부의 주체적 노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국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는 동시에 북미대화를 추진하고 있어서 정상회담 성사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2일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미주지역 회의'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생긴 만큼 북미 간 신뢰 구축과 대화 재개를 위한 건설적 논의의 여건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우리들만의 일이 아니다. 가까운 동북아의 안전, 멀리는 세계 평화의 핵심 과제"라며 "이 막중한 과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그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와 촘촘히 연결돼 있다. 그런데 가장 가까워야 할 남과 북은 여전히 그리고 완전히 끊겨 있다"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서로 맞서는데, 대결하는데 낭비하고 있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고 반드시 바꿔야 할 참혹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80년 넘게 쌓인 벽이 기다린다고 허물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갈 곳을 분명히 정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 공존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 공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 공존 등 '평화공존 3대 청사진'을 거론하며 "이제 이정표를 세웠으니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위해 평화를 구조로 정착시켜야 한다"며 "국내 정치 변화나 국제정세 부침에 따라 긴장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립과 대결을 전제로 한 정전 체제를 협력과 번영을 기반으로 한 평화체제로 반드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의 주역이자 당사자는 바로 우리"라며 "우리 스스로 판단해 스스로 움직일 때 우리 말에 무게가 실린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웃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 대통령은 "한반도가 분단된 지 매우 많은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역사의 큰 눈으로 다시 돌아보면 참으로 짧은 찰나의 순간만 우리가 헤어져 있는 것"이라며 "수백 년, 천수백 년이 지나서 다시 합치는 나라를 우리는 세계 속에서 역사 속에서 발견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멕시코 이민사를 다룬 김영하 작가의 소설 '검은 꽃'의 구절 '지금 이곳에 우리가 그 운명의 책임을 진다'를 인용해 "남북 대화의 시계는 7년째 멈춰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벽은 더 높아졌고 길은 보이지 않는다"며 "그래도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가 앞서 걸으면 길이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세대 책임이자 사명"이라며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통일되고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가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SNS(소셜미디어)에 과거 북미 정상회담 당시 사진을 잇따라 올린 데 이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미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4만명의 병력을 (한국에) 두고 있는데 그들은 이란과 관련해 도와달라는 요청에 '차라리 안 하겠다(We'd rather not)'고 말했다"며 "(한국을)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았지만 (이란 상황에 대한 지원에) 참여하겠냐고 물었고 그들은 '사양하겠다(no, thank you)'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스스로에게 (이 일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앞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를 도와주려는 의지가 없는데 (우리만 도움을 주는) 멍청한 사람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