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은 일단 결론이 유보됐다. 정부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세종 이전 방침을 우선 제시했다. 금융위의 이전 여부는 올해 4분기 최종 계획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남아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공공기관을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하고, 혁신도시 중심의 기능별 집적과 정주여건 확충을 병행해 2027년부터 선도 이전에 착수할 방침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금융위의 이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오늘 발표가 없다고 해서 제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4분기 중 이전 계획과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해서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는 세종 이전 1순위 후보로 지목됐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금융위와 서울 여의도에 본원을 둔 금융감독원, 국책은행인 산업·기업·한국수출입은행 등이 대거 지방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중앙행정기관 중에서는 법무부와 성평등부가 2027년 상반기 우선 이전을 추진한다. 두 부처는 현행 행복도시법상 세종 이전 제외기관으로 명시돼 있어 이전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대통령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 일정에 맞춰 이전 여부를 검토한다. 윤 장관은 대통령실이 이전하는 2030년과 국회 세종의사당이 여는 2033년을 검토 시점으로 제시했다.
이전 검토 대상에 오른 수도권 공공기관은 총 350여곳이다. 정부는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수도권 잔류 최소화 ▲기존 혁신도시 중심의 집적 배치 ▲지역 대학·산업과의 연계 ▲자족적 정주기반 확충 ▲속도감 있는 이전 등 5대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핵심은 '수도권 잔류 최소화'다. 1차 이전 당시 적용한 기준을 재검토해 잔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기관은 이전 대상에 포함한다. 기관별 이전 여부는 소관 부처 검토와 지방시대위원회 이전특위 논의를 거친 뒤 지방시대위원회의 최종 심의·의결로 확정한다.
지역별 안배보다 기능별 집적에 무게를 둔다. '5극3특' 성장엔진과 기존 혁신도시의 기능군, 지역별 산업·인프라 여건을 고려해 연관 기관을 집중 배치하고 이를 기업과 연구기관의 추가 이전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1차 이전에서 기관 유치에 따른 연쇄 효과가 낮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앵커기업과 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이 함께 이전해 연쇄 효과를 내고자 했지만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2차 이전에서 혁신도시의 전략산업과 연계된 기관을 집적하는 것이 큰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세부 모델로는 전북 전주와 강원 원주가 제시됐다. 김 장관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이후 KB국민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전주에 거점을 마련하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원주는 의료기관의 집적이 의료산업 성장으로 이어진 사례로 꼽혔다. 정부는 이 같은 산업 연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관별 배치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직원과 가족이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도 보강한다. 중앙·지방정부가 교통·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개선하고, 이전기관 종사자의 주거 안정과 자녀 교육·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한다. 금전 지원은 이전 거리와 시기에 따라 차등화해, 기존 이주수당인 2년간 월 20만원과 이사비 외에 원거리 이전 직원 시 2년간 월 최대 2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조기 이전하는 직원에게 2년간 월 최대 50만원의 조기이전수당을 지원한다.
김 장관은 "먼 거리로, 빠른 시간 안에 이전하는 기관 근무자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전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을 임차해 2027년부터 선도 이전에 착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전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주택 특별공급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가능성도 열어놨다. 1차 이전 당시 특공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지만, 정부는 추가 검토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10~11월로 거론됐던 최종 계획 발표 시점은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전 지역과 기관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면 지방정부 및 노동계와 협의가 필요한 데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연내 이전계획을 확정하고 2027년부터 선도 이전에 착수한다는 전체 일정은 유지한다. 김 장관은 "정부는 오늘 발표를 시작으로 지방정부와 노동계 등을 대상으로 공론화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전계획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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