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칠성음료가 소주와 맥주 사이를 파고드는 '제3의 술'을 키우고 있다. 낮은 도수와 다양한 맛을 앞세운 즉석음용(RTD) 주류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기존 시장에서 비어 있던 수요를 공략한다. 국내 주류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RTD를 차세대 성장 분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RTD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소주와 맥주 시장 변화가 있다. 소주 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 낮은 도수 주류 수요에 주목했고, 맥주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다양한 맛을 찾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회사는 소주보다 낮고 막걸리보다 높은 4~6도 주류를 맥주 대체재로 설정했다. 음료 사업에서 쌓은 과일·향 역량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RTD를 해법으로 판단했다.
롯데칠성음료의 RTD 사업은 올해 들어 성장 폭을 키우고 있다. 1분기 매출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4% 늘었고 2분기에는 106억원으로 143.3% 증가했다. 국내 주류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RTD가 성장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RTD 시장은 기존 주류와 다른 성장세를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국내 RTD 주류 시장 규모는 2022년 358억원에서 2027년 26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지난해 298만8000㎘로 1998년 이후 처음 300만㎘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 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소비자는 주종보다 도수·맛·편의성을 기준으로 술을 고르고 있다. MZ세대는 술자리보다 휴식을 중시하고, 여성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은 낮은 도수·과일 맛 선호가 뚜렷하다. 세대와 성별 등에 따라 소비 기준이 달라지면서 RTD는 다양한 층을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주류 시장 경쟁 축은 주종에서 취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주와 맥주가 양분해온 시장에서 도수와 맛을 달리한 제품이 늘면서 기존 주종만으로는 소비자 수요를 설명하기 어렵다. 롯데칠성음료는 이 틈새를 겨냥해 RTD를 '제3의 술'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소주·맥주 양분 구조를 흔들고 새로운 카테고리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롯데칠성음료는 '순하리진'을 앞세워 RTD 수요를 확인했다. 레몬진, 자몽진, 유자진, 상그리아진 등 과일 제품군을 확대하며 선택지를 넓혔다. 순하리진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17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162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회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두배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RTD의 소비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달부터 레몬진·자몽진 9도 병 제품을 식당과 주점 등에 선보인다. 편의점·마트 중심 소비에서 외식·모임으로 음용 상황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제품 형태와 판매 채널을 함께 넓혀 RTD 소비 범위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롯데칠성음료가 노리는 것은 RTD를 하나의 주류 카테고리로 키우는 것이다. 경쟁사와 편의점 자체브랜드(PB)의 시장 진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정 제품보다 RTD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주와 맥주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음료 사업에서 축적한 맛과 향 관련 역량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RTD를 새로운 주류 성장축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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