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노무현 정부 당시의 2배 넘는 최대 350개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간다. 이전 규모가 커진 만큼 입법 지원의 필요성도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지방주도성장 계획에 따라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본사 유치전이 입법의 발목을 잡으면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수도권 공공기관 약 350개가 잔류 최소화 원칙에 따라 이전 대상으로 검토된다. 정부는 올 4분기 중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 이전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공공기관 109개를 줄이는 기능개혁 방안도 확정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기본구상 발표로 시작된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는 2019년 12월까지 총 153개 기관, 약 5만2000명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이번 2차 이전 대상은 1차의 2배 이상이다.



발전 5사 본사, 정관→법정화 갈림길


그래픽=동행미디어 시대


최대 관심사는 한국전력공사 발전자회사 5곳의 통합이다. 정부는 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5개사(발전 5사)를 가칭 '한국발전'이라는 하나의 법인으로 합치기로 했다. 연매출 합계가 30조원 안팎인 발전 5사가 그동안 지역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만큼 통합 본사의 향방에 지역의 이해가 걸려 있다는 평가다.

발전 5사는 개별 설립법이 없는 상법상 주식회사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정부가 한전 자회사끼리 상법상 합병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전기사업법 제10조에 따른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인가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마칠 수 있다.

통합 본사 소재지도 정부와 한전이 정관으로 정하면 된다. 모회사인 한전도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제3조에 따라 주된 사무소 소재지를 정관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전은 2014년 본사를 전남 나주로 옮길 때도 법 개정 없이 정관만 바꿨다. 지역 정치권이 개입할 법적 수단이 없는 셈이다.



다만 정부가 통합 법인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밝히지 않은 만큼 제정법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한국발전공사'로 만들면 근거법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 국회에는 이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한국발전공사법안 3건이 계류돼 있다. 이 가운데 안호영·강민국 의원안은 본사 소재지를 각각 전북과 경남 진주로 못 박아 정면으로 충돌한다.

제정안이 통과되면 발전 5사 통합 본사 소재지가 처음으로 법률에 명시된다.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제4조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산은 부산 이전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발전 5사 통합 본사도 한 번 법정화되면 옮길 때마다 법을 고쳐야 한다. 본사 유치전이 입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통합 법인의 독점이 지방주도성장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유수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는 이날 [시대]와의 통화에서 "발전 5사를 합친 거대 공기업이 출범하면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이해관계가 더 커져 전기사업 관련 불공정한 차별이 고착될 수 있다"고 했다.

LH 분리·석유공사 통합도 법 정비 필요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 사진=뉴스1


통합 방식과 별개로 규모가 큰 다른 기관의 통폐합도 국회를 거쳐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으로 나누려면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정비해야 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로 합치는 것도 두 기관의 설립법을 통합하는 입법이 전제다. 항만공사 4곳의 통합은 항만공사법 개정이, 대한석탄공사 청산은 대한석탄공사법 폐지가 각각 필요하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날 "법률 개정 등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기관은 즉시 이행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기관의 통합이나 이전은 입법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년 상반기 우선 이전 대상으로 꼽은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옮기려면 행복도시법(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은 "공공기관 2차 이전으로 지방주도성장의 속도를 높이겠다"며 "필요한 예산과 입법을 국회에서 흔들림 없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양수산부 이전 이후 부산의 인구 순유출이 198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하고, 이전 공공기관의 지방소득세 추정액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지역의 변화도 확인되고 있다"며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지역의 일자리와 산업을 키우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