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원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기간을 1년 늘리는 이태원참사특별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17건이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용산공원법 등 주택 공급 법안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추가 협의를 지켜본 뒤 처리하기로 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참사특별법) 개정안을 재석 231명 중 찬성 220명, 반대 5명, 기권 6명으로 가결했다. 네팔 수해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성금을 모으는 안건도 의결했다.
특조위는 2022년 10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를 재조사하기 위해 설치된 위원회다. 애초 활동 기간은 지난해 6월 17일부터 1년이었고 3개월을 연장해 오는 16일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특조위는 내년 9월16일까지 총 2년 3개월간 활동하게 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도 통과됐다. 조국혁신당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의심'되는 경우까지 넓히는 것은 개혁 취지에 어긋난다며 국정원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정부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727조9000억원)보다 93조원(12.8%) 늘었다. 총지출 규모와 증가율 모두 역대 최대다. 반도체 호황으로 불어난 세수를 바탕으로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새로 만들어 AI(인공지능)·반도체와 청년·지방 지원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주요 내용을 공유했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의 특징을 ▲잠재성장률 반등을 통한 대한민국 대도약 ▲청년·지방주도성장·민생경제 ▲재정건전성 확보 등 3가지로 요약했다. 국세 수입은 약 390조원에서 약 584조원으로 194조원(49.8%) 늘어난다. 나라 살림의 실질적인 적자 규모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0.1%로 편성됐다고 전 원내대변인은 설명했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달아올랐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다시 3%대에 올라선 점을 들며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겠다며 브레이크를 밟는데 정부가 반대편에서 액셀을 밟는다면 정책의 엇박자로 인한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R&D(연구개발) 예산이 뒷전으로 밀렸다고 비판한 데 대해 "내년 R&D 예산은 39조 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라며 "예산서 첫 장이나 읽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 등 주택 공급 법안은 이날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시장 간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협상 내용을 지켜볼 것"이라며 "법안 통과 이상으로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필요해서 그 부분에 대한 협상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공원법 개정안은 용산공원 구역 안 캠프킴 등 일부 부지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공원·녹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용산공원 본체 부지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법안에 반대해 왔다. 도정법 개정안은 3년 한시로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정기국회는 오는 7일과 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9~11일·14일 대정부질문으로 이어진다. 본회의는 17일과 다음달 1일에 추가로 열린다. 예산안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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