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빌트인 가전 사업에 승부수를 던진다. 빌트인 냉장고에 한정했던 '핏 앤 맥스'를 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 등으로 확대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와 유럽 전용 제품을 앞세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특히 기업간거래(B2B)까지 겨냥해 빌트인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6'에서 빌트인 디자인 브랜드 '핏 앤 맥스'의 적용 범위를 기존 냉장고에서 주요 생활가전으로 넓힌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핏 앤 맥스 냉장고는 제품과 벽 사이 간격을 4㎜ 수준으로 줄여 프리스탠딩 제품이지만 빌트인 가전처럼 보이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유럽 소비자의 공간 활용성을 겨냥한 세탁·건조 제품이 추가됐다. 유럽 표준 가구 깊이인 600㎜를 유지하면서도 용량을 확보한 워시타워와 워시콤보 등이 대표적이다. 가구와 가전의 경계를 줄이면서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LG전자가 빌트인을 주목하는 이유는 판매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어서다. 일반 가전은 냉장고, 세탁기 등 제품별 경쟁이 이뤄지지만 빌트인은 주방이나 주거공간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제품군이 많을수록 소비자가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기 어려워지는 '락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B2B로의 사업 확대에도 유리하다. 건설사나 주방가구 업체와 손잡고 아파트·주택 등에 가전과 관리 솔루션을 패키지로 공급하면 단품 판매보다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LG전자가 최근 빌더 전담 영업 인력을 확대하고 관련 고객 접점을 늘리는 것도 이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다만 빌트인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다. 제품이 가구장 안에 밀착 설치되는 만큼 일반 가전보다 설계와 품질에 요구되는 기준이 까다롭다. 좁은 공간에서도 냉각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열 기술은 물론 벽에 밀착된 상태에서도 문을 충분히 열 수 있는 힌지 기술이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 디자인까지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B2B 빌트인 시장에서는 품질 문제가 더 치명적이다. 가전 결함으로 화재나 누수 등이 발생하면 제품 교체 비용을 넘어 입주민 민원과 건설사·가구업체의 브랜드 신뢰도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한 번 공급업체로 선정되면 장기간 거래가 이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품질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시장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다.
LG전자는 이 같은 진입장벽을 브랜드 신뢰도와 기술력으로 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SKS'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추가했고, LG 시그니처 10주년을 계기로 통일감 있는 디자인도 강화했다. 최근에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빌트인 패키지도 선보였다.
시장 규모 역시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빌트인 가전 시장은 약 645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특히 유럽은 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유럽은 일찍부터 빌트인 주방 문화가 자리 잡은 만큼 제품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다. 최근에는 주방과 거실의 경계가 사라지는 오픈형 주거공간이 확산하면서 가전도 인테리어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성능뿐 아니라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디자인이 구매 결정의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LG전자는 IFA를 계기로 핏 앤 맥스와 SKS, 유럽 전용 빌트인 제품군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빌트인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 락인과 B2B 매출 확대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LG전자의 가전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전략적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과 공간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빌트인 디자인, 고효율 핵심 부품 기술, AI 기반 사용 경험을 결합해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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