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016년 A씨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됐다. 분양가는 6억1000만원.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아둔 돈이 없던 A씨는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6100만원을 부모에게 증여받았다. 나머지 금액은 은행 대출로 해결했다. 2019년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LTV(담보인정비율) 70%를 적용받아 4억원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 30년 동안 연 2.7% 금리로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은 180만원이다. 월급 300만원을 받던 A씨에게 큰 부담이지만, 부족한 생활비는 부모님 카드로 충당했다. 현재 A씨가 소유한 이 아파트 매매가는 21억원으로, 분양가보다 3배 넘게 뛰었다.
#2. B씨는 2016년 신혼집으로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구했다. 전세가는 2억원.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없던 B씨는 신혼부부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비교적 낮은 금리로 전세금을 빌렸다.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는 30만원 안팎. 그래도 B씨는 희망을 품었다. 월급 300만원 중 200만원을 꼬박꼬박 저축하면서 언젠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B씨는 10년 동안 2억4000만원을 모았다. 펀드 운용 등을 통해 연 4% 이자 이익도 얻었다. 전세보증금 2억원까지 합하면 그의 순자산은 약 5억원. 그러나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2026년 현재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약 16억원, 평균 전세가는 7억원이 넘는다.

"집 못 살 바엔 공공임대 들어가게 소득 낮춰야"
10년 전의 선택과 부모의 지원이 만들어낸 두 청년의 오늘은 2030세대를 짓누르는 자산 격차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가구(가구주 연령 20~39세)의 자산 상위 20%와 하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각각 9억3022만원과 2301만원으로, 그 격차가 40.4배에 이른다.
국회입법조사처 김대성 입법조사관은 "청년층의 자산 격차가 큰 문제인 것은 그 격차가 생애 전체에 걸쳐 누적되고 확대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은 9억7100만원,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 환산 평균소득은 7812만원이다. 가구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전부 주택 구입에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서울 중위 가격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2년5개월이다. 2017년 이 기간은 9년9개월이었는데, 10년 만에 2년8개월이 늘어난 셈이다.
근로소득 상승률이 자산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하다. 지난달 4일 [시대]가 마련한 청년 숙의토론위원회 참가자 이호엽씨(30)는 "최소한의 생존에만 돈을 쓰고 나머지 연봉을 다 모았는데, 그보다 집값이 더 빨리 올랐다"며 "내 집 마련은 그냥 포기해야 하는 꿈이 됐다"고 털어놨다. 박정은씨(27)는 "어차피 내 집 마련을 못할 바에는 20대까지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면서 소득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며 "그래야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 장기 전세를 살면서 국가 복지 혜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대성 입법조사관은 "청년층의 자산 격차가 큰 문제인 것은 그 격차가 생애 전체에 걸쳐 누적되고 확대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은 9억7100만원,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 환산 평균소득은 7812만원이다. 가구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전부 주택 구입에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서울 중위 가격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2년5개월이다. 2017년 이 기간은 9년9개월이었는데, 10년 만에 2년8개월이 늘어난 셈이다.
근로소득 상승률이 자산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하다. 지난달 4일 [시대]가 마련한 청년 숙의토론위원회 참가자 이호엽씨(30)는 "최소한의 생존에만 돈을 쓰고 나머지 연봉을 다 모았는데, 그보다 집값이 더 빨리 올랐다"며 "내 집 마련은 그냥 포기해야 하는 꿈이 됐다"고 털어놨다. 박정은씨(27)는 "어차피 내 집 마련을 못할 바에는 20대까지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면서 소득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며 "그래야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 장기 전세를 살면서 국가 복지 혜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돈 있는 사람에게 대출 해주는 '기막힌 구조'
정부의 청년 정책 예산은 2021년 21조원에서 2025년 28조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도 청년들이 느끼는 정책 체감도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책의 실질 수혜가 부모 재력이 있는 상위계층에 집중된다. 국회미래연구원 인구센터 김봉석 부연구위원이 지난달 발표한 '청년정책의 계층별 귀착 효과 분석 및 정책 재구성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정책의 큰 축은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전·월세 자금 대출 등 금융 지원이다.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는 취지다.
문제는 현재 주택시장 가격은 근로소득을 크게 상회한다는 것.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9억원대다. 연봉이 5000만원인 30대가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는 3억5000만원이다. 따로 모아둔 돈이 없다면 부모에게서 5억원 이상 증여받아야만 집을 살 수 있다. 즉,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년은 낮은 금리의 대출까지 받아 집을 살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청년에겐 정부의 대출 지원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분양주택은 '로또'라고 불릴 만큼 당첨되는 순간 수억원의 분양 차익이 발생하는데, 이 편익이 의도치 않게 상위계층 청년에게 귀착된다"고 지적했다.
첫째, 정책의 실질 수혜가 부모 재력이 있는 상위계층에 집중된다. 국회미래연구원 인구센터 김봉석 부연구위원이 지난달 발표한 '청년정책의 계층별 귀착 효과 분석 및 정책 재구성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정책의 큰 축은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전·월세 자금 대출 등 금융 지원이다.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는 취지다.
문제는 현재 주택시장 가격은 근로소득을 크게 상회한다는 것.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9억원대다. 연봉이 5000만원인 30대가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는 3억5000만원이다. 따로 모아둔 돈이 없다면 부모에게서 5억원 이상 증여받아야만 집을 살 수 있다. 즉,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년은 낮은 금리의 대출까지 받아 집을 살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청년에겐 정부의 대출 지원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분양주택은 '로또'라고 불릴 만큼 당첨되는 순간 수억원의 분양 차익이 발생하는데, 이 편익이 의도치 않게 상위계층 청년에게 귀착된다"고 지적했다.
"오후 3시 쿠킹클래스도 청년 정책인가요?"
둘째, '표준 청년' 중심의 제도 설계다. 정부 지원금이 얹어지는 청년 자산 형성 지원 사업은 국세청 신고 소득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무직이나 '쉬었음' 청년 등 가장 도움이 절실한 취약 청년들은 오히려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표적 금융 지원정책인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중도 해지율이 2023년 8.2%에서 2024년 15.9%로 상승했다. 주된 이유는 '실업·소득 감소(39.0%)'와 '긴급 자금 필요(33.3%)' 등 돈 문제였다. 돈이 급한 청년이 오히려 정부 혜택에서 밀려나는 구조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청년 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미래적금의 소득 요건을 폐지해 무직이나 '쉬었음' 청년도 혜택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적금을 도입한 지 4년 만에 정부가 도움이 절실한 청년들의 한숨에 응답한 셈이다.
셋째, 지방자치단체나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청년 정책 중엔 생색내기 사업이 상당하다. [시대] 청년 숙의토론에서 이호엽씨는 "청년 정책을 찾아보면 엄청 많긴 하다. 얼마 전 1인 가구 전입신고를 했더니 지자체에서 공구 세트를 보내주더라.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위해 오후 3시에 쿠킹클래스를 열기도 한다"며 "이런 걸 '청년 정책'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정은씨는 "허투루 세금 써놓고 '나라가 너희를 위한 지원을 늘렸다'고 생색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봉석 부연구위원은 "청년 정책의 패러다임을 '얼마나 지원했는가'에서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도달했는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정책 도달 유효성을 중심으로 정책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순서]
①국민연금, 더 많이 내고 못 받는 게 공정인가요?
②내집마련, 도대체 얼마나 저축해야 살 수 있나요?
③정년연장, 65세? 우린 60세까진 일할 수 있나요?
④청년정치, 우린 영원히 소수로 남는 것 아닌가요?
지난달 28일 정부는 '청년 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미래적금의 소득 요건을 폐지해 무직이나 '쉬었음' 청년도 혜택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적금을 도입한 지 4년 만에 정부가 도움이 절실한 청년들의 한숨에 응답한 셈이다.
셋째, 지방자치단체나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청년 정책 중엔 생색내기 사업이 상당하다. [시대] 청년 숙의토론에서 이호엽씨는 "청년 정책을 찾아보면 엄청 많긴 하다. 얼마 전 1인 가구 전입신고를 했더니 지자체에서 공구 세트를 보내주더라.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위해 오후 3시에 쿠킹클래스를 열기도 한다"며 "이런 걸 '청년 정책'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정은씨는 "허투루 세금 써놓고 '나라가 너희를 위한 지원을 늘렸다'고 생색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봉석 부연구위원은 "청년 정책의 패러다임을 '얼마나 지원했는가'에서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도달했는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정책 도달 유효성을 중심으로 정책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순서]
①국민연금, 더 많이 내고 못 받는 게 공정인가요?
②내집마련, 도대체 얼마나 저축해야 살 수 있나요?
③정년연장, 65세? 우린 60세까진 일할 수 있나요?
④청년정치, 우린 영원히 소수로 남는 것 아닌가요?

![[뉴스언팩] 커지는 경찰권력, 견제는 충분할까? / 군인 고객 모시러 나서는 은행들](https://i.ytimg.com/vi/zrGdDM_g8ZQ/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