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장기전세주택에서 차곡차곡 내 집 마련'을 주제로 열린 주거다리 희망토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20년간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제공받은 입주자들이 내년 대거 만기를 맞이한다. 서울 강동구 등에서 일부 입주자는 전세계약 만기 후 분양전환이나 추가 주거지원을 요구하며 퇴거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는 등 제도의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 오전 '장기전세주택에서 차곡차곡 내 집 마련-주거사다리 희망토크'를 열고 장기전세주택 입주민의 내 집 마련 성공 사례와 제도 개선 사항 등을 청취했다. 희망토크 참석자들은 저렴한 주거비를 내고 장기 거주한 후 퇴거해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2억9300만원 수준으로 KB부동산 시세인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7억1178만원의) 대비 40% 수준이다. 2016~2021년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1708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8년4개월로 퇴거 후 72%가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60%)보다 12%포인트 더 높은 수준이다.

서울 은평뉴타운 장기전세주택에 4년 동안 거주한 김 씨는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거주하면서 저축을 늘려 청약을 준비했다"며 "20년 전세계약을 다 채우지 않고 내 집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계약 만료 후에는 퇴거 불안

천정부지 전셋값에 장기전세 입주민의 퇴거 갈등이 커지며 공공임대주택을 다시 공급하는 문제도 과제로 꼽혔다. 현장에선 현행 장기전세주택 제도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장기전세주택에 6년째 거주한 최 씨는 "자녀가 어릴 때 50㎡에 입주했는데, 서울 민간 전세가 너무 오르면서 20년 계약 만기 후 현재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했다. 이어 "다른 시민의 권리와 혜택을 빼앗지 않으면서 단지 내 평형을 넓혀 이주하거나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까지 장기전세주택 3만8296가구를 공급해 누적 4만5715가구의 주거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향후 5년간 계약이 종료되는 약 9300가구의 장기전세주택을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다시 공급해 내 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방침이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제54조는 장기전세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을 20년으로 정한다. 임대의무기간은 공공주택사업자가 해당 주택을 일정 기간 임대주택으로 유지하는 기간이다. 법령상 의무를 지는 주체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2년마다 임차인과 재계약하고 20년이 지나면 계약을 종료한다.


"공공임대 공급 늘려야"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 입주자의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은 어렵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오세훈 시장은 "장기전세주택 입주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만기 후 퇴거에는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퇴거를 앞둔 가구 입주민이 소득이나 자산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영구·국민임대 등 공공임대주택 연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이 주거안정에 기여한 만큼 공공임대 공급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년 계약을 더 연장하거나 분양전환을 원하는 입주민의 요구는 공공임대를 더 지어서 해결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에 투입하는 예산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청년과 신혼부부, 중산층에 입주 문턱을 낮춘 보편형 공급임대 3만6000가구를 공급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해 보편형 공급임대의 50% 이상을 무주택 청년에게 배정한다. 거주기간은 최장 20년이다. LH가 확보한 택지에 공공임대를 공급하기 때문에 주택공급 속도가 단축된다. 다만 낮은 임대료로 장기간 주택을 공급할 경우 발생하는 LH의 재무 부담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용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장기전세주택을 이용할 경우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까지 소요되는 기간(약 14년)을 약 1.6~2.5년 줄일 수 있다"며 "시민의 삶을 20년 더 내다보고 자녀 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