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2월19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8일 전이었다. 심재철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총회에서 "만일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미리 말씀드린다"고 했다. 지역구 후보는 자유한국당이 내고 비례대표 후보는 별도 정당이 내 유권자에게 두 정당을 나눠 찍도록 하겠다는 '위성정당' 구상이었다. 이 예고는 이듬해 현실이 됐다.
7년 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 논란은 위성정당의 제도적 허점을 다시 드러냈다. 용 후보자는 2016년 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로 낙선했지만 2020년과 2024년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연이어 당선됐다. 용 후보자는 장관에 임명돼도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고, 의석도 기본소득당 인사가 아닌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명부의 후순위 후보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표를 준 정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이고 당선인이 현재 활동하는 정당은 기본소득당이며 의석을 승계하는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되는 셈이다. 위성정당을 통해 유권자가 투표한 정당과 당선인이 실제 활동하는 정당이 달라지고 의원직 승계까지 엇갈리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일 [시대]와의 통화에서 "대의민주주의는 유권자가 자신의 권리 일부를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게 맡기는 제도인 만큼 누구에게 권한을 위임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며 "여러 정당과 시민사회 세력이 겹겹이 참여한 위성정당에서는 유권자가 실제로 어느 정당을 선택했는지 불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이 기본소득당을 보고 더불어민주연합에 투표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용 후보자가 '소수정당의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다양성 명분으로 만들었지만 책임 소재 불분명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을 적게 얻은 정당에 부족한 의석 일부를 비례대표로 보충하는 제도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고 사표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이를 꼼수라고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도 비례대표 의석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2020년 총선 결과 전체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미래한국당 19석과 더불어시민당 17석 등 36석이 두 위성정당에 돌아갔다.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를 만들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이 참여한 더불어민주연합을 구성했다. 두 정당은 전체 비례대표 46석 가운데 국민의미래 18석과 더불어민주연합 14석 등 32석을 차지했다.
소수정당과 시민사회 인사에게 당선권을 배분한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참여 대상과 비례 순번은 유권자가 아닌 정당 간 협상으로 결정됐다. 소수정당이 독자적인 지지를 얻어 국회에 진입하기보다 거대 양당의 비례연합 명부에 이름을 올려야 의석을 얻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선거 끝나자 '제명'…비례 승계·복당도 혼선
선거가 끝난 뒤에는 소속 정당과 의석 승계 문제가 남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의원은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소속 정당에서 제명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2020년 총선 이후 더불어시민당은 용 후보자와 조정훈 당선인을 제명했고 두 사람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각각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가 선택한 명부와 당선인의 실제 소속이 달라졌다.
2024년 총선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당선된 군소정당 추천 비례대표들은 선거 이후 각자 원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갔다. 용 후보자도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제명된 뒤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사법적으로 위성정당을 막으려는 시도도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위성정당 등록과 관련한 헌법소원을 청구 요건 미비로 각하했고 대법원도 법률상 형식적 요건을 갖춘 정당이라면 선관위가 설립 목적이나 모정당과의 관계를 이유로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성정당을 막으면서도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과 표의 비례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 2028년 총선에서도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상대 진영이 의석 손실을 피하기 위해 뒤따르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국회 진입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으로 취지를 무력화했다"며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를 떠나 양당 모두 책임이 있는 만큼 다음 총선 전에는 위성정당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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