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6일 오후 부산 인근 해상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해군 관함식에서 해군 해상초계기 P-8A이 해군창설 80주년을 기념하며 섬광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미국의 파병 압박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할 비전투 군 자산을 검토하고 있다. 검토 대상은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해군 특수전전단 폭발물처리반(EOD) ▲군수지원함 등인데 유력 후보인 해상초계기는 무기를 탑재하면 공격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파병하더라도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아예 무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오전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UAE)에 보낸 현장조사단을 두고 "파병을 전제로 한 조사단은 아니다"며 "자세한 규모나 출입국 일정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중동 조사단이 파병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압박에 따른 실사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자산을 중심으로 파병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해상초계기와 EOD, 군수지원함 모두 비전투 자산이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P-8A는 미국 보잉이 개발한 다목적 해상초계기로 다기능 감시·수색 레이더 등을 활용해 정찰과 감시 임무를 수행한다. 다만 대함미사일 하푼과 MK-54 어뢰를 운용할 수 있어 무장하면 타격도 가능하다.

지난 7월 뉴질랜드 왕립공군 제5비행대대의 P-8A 해상초계기는 훈련에서 AGM-84 하푼 유도미사일 2발을 발사해 퇴역한 표적함을 명중시켰다. P-8A는 공격 능력뿐 아니라 정찰·감시 능력도 뛰어나 이란에 미군의 전쟁 수행을 돕는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은 "(현재 상황에서) 공격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은 낮다"며 "(그러기 위해선) 무장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OD를 투입하면 기뢰 제거 과정에서 이란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EOD는 육·해·공군에 모두 편성된 폭발물 탐지·처리 전담 부대로, 투입되면 이란군이 설치한 기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 전 파병을 원하는데, 그 시점까지는 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이란이 교전하는 상황에서 기뢰를 제거하다 공격을 받으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군수지원함은 비전투 자산이지만 이란 측에는 미국의 전쟁을 돕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군수지원함이 미군에 유류나 탄약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의 불법적인 전쟁이라고 선전을 해야 하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파병이 이뤄지면)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선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비전투 자산으로 규정해 투입해도 교전규칙(ROE)상 자위권 행사와 무력 사용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국제법과 군사 원칙상 주 임무와 무관하게 장병이나 자산이 명백한 적대 행위나 위협에 직면하면 최소한의 방어·대응을 할 자위권이 보장된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초계기의 역할은 탐지 측면에서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며 "무기를 싣고 갈지 여부도 (미국과) 합의가 필요하다. 탐지 수역을 어디로 할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