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사진=뉴시스


부동산·가계대출에 쏠린 금융권 자금을 혁신·중소기업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4대 시중은행의 기술금융 공급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4대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5조5000억원 넘게 늘어난 가운데 신한은행이 전체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10일 은행권 기술금융 집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총 145조689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40조1340억원보다 5조5559억원(4.0%) 증가했다.



기술금융은 부동산 등 담보나 과거 재무실적뿐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은행권은 혁신·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2014년 7월부터 기술금융 공급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혁신기업과 첨단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 흐름을 전환하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은행권의 기술금융 경쟁에도 다시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은행별 잔액은 신한은행이 가장 많았다. 지난 6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5조3771억원으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이어 하나은행 36조4676억원, 우리은행 32조6177억원, KB국민은행 31조2274억원 순이었다.

상반기 증가폭에서도 신한은행이 앞섰다.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42조8776억원에서 반년 만에 2조4996억원 늘었다. 4대 은행 전체 증가액 5조5559억원의 약 45%를 신한은행 한 곳이 차지한 셈이다. KB국민은행의 잔액이 상반기 중 1조2717억원 늘었고 하나은행도 1조2493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증가액은 5353억원이었다. 증가율로도 신한은행이 5.8%로 가장 높았고 KB국민은행 4.2%, 하나은행 3.5%, 우리은행 1.7% 순이었다. 신한은행의 증가액은 KB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정부는 하반기 생산적 금융의 외연을 한층 넓힌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기존 15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확대하고 지원 대상을 기존 12개 첨단산업에서 우주항공 등 미래전략산업까지 넓히기로 했다. 직접 지분투자 규모도 연 3조원에서 5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최대 10조원을 투자하는 '한국전략기술파트너스(KSTP)' 신설도 추진한다.

민간 금융권의 자금 흐름을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기 위한 제도 정비도 병행한다. 금융당국은 민간자금이 혁신·중소기업과 지역 등으로 흘러가도록 지역재투자 평가의 변별력을 높이고, 지방금융 실적 등을 담은 '생산적 금융 팩트북'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권은 지난 5월까지 생산적 분야에 약 150조원을 공급했으며 관련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핵심성과지표(KPI)에 생산적 금융 실적을 반영하는 등 내부 체계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정책 기조가 기술금융 확대에 한층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신용대출은 담보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과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기업금융으로 돌리려는 정책 방향이 뚜렷해진 만큼 기술금융의 역할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고 자금을 공급하는 데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