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런던 IR에서 원화 국제화와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왼쪽부터) 스티브 스마트 영국 영업행위감독청(FCA) 국장, 사라 프리차드 영국 영업행위감독청(FCA) 부청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사진=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글로벌 투자자를 상대로 원화 국제화와 자본시장 인프라 개선을 추진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에 엄정 대응해 시장 신뢰를 높이고 코스닥 시장을 정비하는 한편 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공급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INVEST K-FINANCE: LONDON IR 2026'에 참석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며 세 가지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IR에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인사이트, 핌코 등 7개 글로벌 대형 IB와 15개 자산운용사 등 총 22개사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함께했다.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 만들겠다"

이 원장은 첫 번째 과제로 투자자 신뢰 회복을 꼽았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과 기업에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대내외 충격에도 위축되지 않는 자본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시장질서와 기업의 주주환원 노력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대응 역량을 강화해 시장교란 행위에 엄정 대응하고 저평가 기업의 자발적인 가치 제고를 유도할 계획이다. 최고경영자(CEO) 선임의 공정성과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는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도 개선한다.

혁신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는 구조도 강화한다. 이 원장은 "미래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신성장·혁신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의 진입·퇴출 기준을 정비하고 기업별 특성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는 한편 대형 IB의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하고 금융회사 자본규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과 높은 변동성, 투자자의 단기매매 성향,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 저하 등을 국내 자본시장의 과제로 진단했다. 성장기업 육성과 시장 저변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쏠림을 완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시간·장소 제약 없이 원화 거래"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자본·외환시장 인프라 정비도 추진한다. 이 원장은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시장 개방성이 강화돼야 한다"며 결제주기 단축과 거래시간 연장,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유동성·거래시간·투자대상 등 투자자의 '3대 제약'을 해소하고 원화 국제화에도 속도를 낸다. 이 원장은 "외국인이 시간·장소 제약 없이 원화를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글로벌 투자자의 풍부한 자금이 한국시장에 모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상법 개정 등 기업가치 제고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 시장 접근성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일관된 정책 추진과 안정적인 제도 정착이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원장은 런던 방문 기간 영국 금융감독당국과 금융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규제 등 감독 현안도 논의했다. 영업행위감독청(FCA)과는 보이스피싱 배상제도와 기금형 퇴직연금 감독체계를, 건전성감독청(PRA)과는 은행·보험 건전성 규제와 디지털 운영리스크,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감독방안을 공유했다. 재무보고위원회(FRC)와는 회계부정 대응과 회계감리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세 가지 방향은 결국 하나의 목표를 지향한다"며 "한국 자본시장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도약하고, 한국이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