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SDS 관련 이미지. /그래픽=챗GPT


삼성그룹 계열사의 IT 시스템을 구축·운영해 온 삼성SDS가 인공지능 전환(AX)에 이어 로봇 전환(RX)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룹 전산 운영사에서 삼성의 미래 사업을 현장에 구현하는 허브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삼성SDS는 최근 2027년 생산설비와 서로 다른 로봇을 통합 제어하는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제조사와 운영체계가 서로 다른 로봇을 기존 생산설비와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로봇마다 운영체계가 달라 개별 공정의 자동화는 가능해도 여러 로봇을 유기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웠던 현장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생산관리시스템(MES)과 로봇을 연결해 작업 배정과 이동 동선, 장애 대응까지 통합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삼성SDS는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삼성E&A 등 관계사가 가동 중인 1000여개 생산라인에 플랫폼을 적용해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삼성SDS의 MES를 사용하는 430여개 외부 제조 자동화 고객사와 미국 리쇼어링 시장도 공략한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RX ART 2026'을 열고 삼성 주요 관계사들과 제조 현장의 로봇 적용 방안을 구체화했다. 단순한 기술 시연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 과제를 바탕으로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로봇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대표이사 직속 RX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휴머노이드 개발에 협력하는 등 핵심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7'에서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SDS는 여러 종류의 로봇과 생산설비를 동시에 움직이게 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같은 구도는 AX 분야에서 먼저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를 그룹 업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삼성SDS의 클라우드와 기업용 AI 플랫폼 '패브릭스'가 활용됐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도 삼성SDS가 그룹 내에 공급하고 있다. 계열사별 수요에 맞춘 AI 서비스 도입도 지원한다.

삼성SDS는 그동안 삼성 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아 그룹 내부 수요에 의존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매출의 80% 이상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삼성 관계사의 대규모 사업장은 신기술을 실제 제조 환경에서 검증하고 표준 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공장에서 축적한 AX·RX 사례를 외부 제조기업에 공급한다면 계열사 중심의 사업 기반을 대외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그룹 내부에서 쌓은 구축 경험이 독자적인 플랫폼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시장에서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과 로봇 제조사, 국내 SI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SDS가 특정 계열사나 로봇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는 범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외부 고객을 확보해야 그룹 전산 운영사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SDS는 2031년까지 약 10조원을 투입해 AI 중심의 로봇 전환과 물류 분야에서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존 IT 시스템 구축 사업의 일부가 아닌 별도의 성장사업으로 RX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리얼 서밋 2026' 기자간담회에서 "AI 전환 관련 전략적 투자 방향을 검토하고 있고,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관련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