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진 연인의 SNS를 몰래 본 행위는 스토킹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일상을 기록한 SNS를 들여다보는 게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집착 범죄로 연결되기도 한다. 'SNS 염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느 지점에서 갈릴까.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김보라 판사는 지난달 12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1년쯤부터 사귀다가 지난해 3월 헤어진 30대 여성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같은 해 7월12일부터 31일까지 9차례 들여다본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헤어진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해 전 연인에 대한 접근금지 가처분이 내려진 상태였다. 검찰은 피해자가 인스타스토리 열람 기록을 확인하면서 A씨의 얼굴 사진과 계정명을 본 것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도달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A씨가 피해자의 인스타스토리를 본 사실은 인정했지만, 스토킹 행위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누군가 인스타스토리를 봤다고 해서 바로 알림이 가는 것이 아니라, 게시자가 인스타그램 설정의 여러 과정을 거쳐 적극적으로 확인해야만 열람자를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A씨가 다이렉트메시지(DM)을 보내거나 '좋아요' 표시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열람 기록을 볼 것을 예상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은 "열람 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글 등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형벌 법규의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비슷한 SNS 스토킹 사건의 경우 적극적인 '도달 행위'가 확인돼 유죄 판단을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는 2024년 스토킹으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뒤 전 연인에게 인스타그램 팔로우 요청을 두 차례 보낸 40대에게 징역 8개월형을 내렸다. 인스타스토리 열람 확인 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도 처벌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은 2023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일부러 '귀신 프사'(프로필사진)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동창생의 인스타스토리에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 신청을 반복해 공포심을 준 게 유죄로 인정됐다.
김희경 변호사(법무법인 두현)는 "SNS상의 스토킹 문제가 점차 복잡·다양해지면서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정보통신망에서의 접근을 아예 금지하는 입법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입법 사항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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