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가 국내 최초로 산호를 활용한 선케어 제품의 환경독성 검증에 나선다. 한국콜마 연구원이 화장품 안전성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콜마


한국콜마가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선케어 제품이 산호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일부 자외선차단 성분의 유해성 우려가 커지면서 '리프 세이프'(Reef-safe·산호초 안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산호 안전성을 확인할 통일된 기준이 없었던 만큼, 한국콜마의 이번 시도가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콜마는 프랑스 전문 기관 '리프톡스'와 협력해 산호를 활용한 환경독성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지난달 관련 평가를 통과했다. 완제품을 산호에 일정 시간 노출한 뒤 백화 현상과 조직 손실률, 생존율 등을 측정해 환경독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통과하면 자체 인증마크(REEFTOX TESTED)를 부착할 수 있다. 국내에서 리프톡스 시험 체계를 확보한 곳은 한국콜마가 유일하다고 회사는 밝혔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일부 선케어 성분이 산호를 비롯한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관련 연구와 규제가 이어졌다. 화장품 회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리프 세이프 제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하지만 관련 법적 정의나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의 제품은 옥시벤존·옥티녹세이트 등 산호 유해성 논란이 있는 특정 성분을 배제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는 규제·금지 원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 제품 자체의 무해성을 입증하지 못한다. 기업이 리프 세이프를 내세우는 것과 안전성 검증 사이에 공백이 있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해양오염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리프세이프 등을 표방한 선크림 3종을 몰디브에 서식하는 산호에 노출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조직 손상이 나타났다. 특정 산호의 조직 손실률은 최대 96%에 달했다. 성분 배제만으로 산호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콜마는 완제품이 산호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확인한다는 점에서 기존과 차별화된다. 성분표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환경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한계를 보완했다는 평가다. 최근 선케어 제품 2종(무기자차·유기자차)을 시험한 결과 모두 산호에 유의미한 독성을 나타내지 않았고 현재 고객사들과 제품화를 논의하고 있다.

송다솔 한국콜마 선케어2팀 팀장은 "과거에는 금지·규제 원료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산호초 친화적임을 표방하는 수준이었다"며 "현재는 데이터와 시험 결과로 환경 안전성을 입증하는 명확한 증빙이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산호 보호를 위한 선케어 규제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하와이와 팔라우는 특정 자외선 차단 성분이 포함된 제품의 판매·유통 등을 금지하고 있다. 태국은 국립공원 내 관련 제품의 반입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프 세이프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이 한국콜마의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고객사 제품에 과학적 근거를 더해 신뢰를 높일 수 있어서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선크림이 계절 상품을 넘어 일상적으로 바르는 화장품이 되면서 환경 관련 규제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ODM 업체 입장에서는 '친환경'이라는 이름만 내세우기보다 객관적인 검증 결과를 갖추는 쪽이 신뢰도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