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데이터 접근 범위와 책임 소재를 먼저 정해야 AI 금융이 지속된다고 진단했다. 사진은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사진=이예빈 기자


"직원 태블릿에 인공지능(AI)이 펀드를 추천해 띄우는데 그 이유가 '고객에게 잘 맞아서'가 아니라 '그달에 많이 팔려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직원은 시스템이 시킨 대로 했다고 하고 개발 부서는 도구만 만들었다고 할 겁니다. 회사는 마지막 결정을 직원이 했다고 미룹니다."

은행 창구에서 인공지능(AI)이 골라준 펀드를 샀다가 손해를 봤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이 질문에 답할 규칙부터 만들지 않으면 AI 금융은 오래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재무관리학회와 코스콤이 'AI 경쟁 시대, 데이터 활용 규제 체계 정비와 디지털 금융혁신'을 주제로 연 '2026년 추계 특별심포지엄'에서 'AI 기반 금융서비스의 명과 암'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앞서 언급한 은행 창구에서의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지금 법에 따르면 책임질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AI가 잘하는 일도 많다. 이 교수가 인용한 각 은행 발표 자료를 보면 미국 JP모건은 AI를 도입해 약 20억달러(11일 서울외환시장 주간거래 종가 1345.9원 기준 약 2조6900억원)의 비용을 줄였다. 2020년 학술지 '리뷰 오브 파이낸셜 스터디스'에 실린 베르크 등의 연구를 보면 스마트폰 운영체제처럼 금융과 무관해 보이는 정보도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을 신용평가회사만큼 잘 맞힌다.

이 교수가 2006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거래소 계좌 기록을 AI로 분류하자 개인투자자는 다섯 유형으로 나뉘었다. 값이 심하게 오르내리는 종목만 휴대전화로 짧게 사고파는 '로빈후드형'은 시간이 지나도 습관을 바꾸지 않았다. 발표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한국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71.3%로 미국(20%)보다 훨씬 높다.



어두운 면도 있다. 2022년 '저널 오브 파이낸스'에 실린 푸스터 등의 연구를 보면 AI가 예측을 더 잘하게 되더라도 집단에 따라 대출 이자 부담의 차이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여러 회사의 AI가 같은 목표를 좇으면 같은 종목을 한꺼번에 사고팔아 주가가 더 출렁일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한국 금융회사가 AI를 잘 쓰지 못하는 이유로 네 가지를 들었다. 회사 내부망을 인터넷과 끊어놓는 망분리 규제, 컴퓨터가 읽기 어려운 형태로 쌓여 있는 옛 자료, 당장의 실적만 따지는 투자 습관, 부서 사이 협업이 어려운 조직 구조다.

그는 "해법으로는 데이터를 누가 어디까지 쓰고 그 결과를 누가 책임지는지 규칙을 정해야 한다"며 "지금 규제는 자료를 못 보게 막는 데 집중하지만 진짜 위험은 여러 자료를 합칠 때와 출처를 되짚을 때 생긴다는 것"이라고 했다. 관리 능력이 확인된 회사부터 자료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보안 목적 AI 활용을 위해 49개 금융회사 가운데 10곳을 골라 망분리 규제를 풀어준 것이 그런 사례다. 이 교수는 개인 자료를 개인 재산으로 인정하고 그 값어치의 일부를 돌려주는 구조까지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가 속도를 강조했다. 전 교수는 "규제로 볼지 새 사업으로 볼지 정답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빠르게 바뀌는 기술을 들여와 경제를 키워온 것이 한국의 강점이었다"며 "금융산업이 이 기술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되 일단 도입해 써 보면서 문제를 빨리 찾는 편이 낫고 찬반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다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