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KB금융 회장 인선 당시 현직 KB국민은행장이었던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은 회장 후보군에 포함됐으나 숏리스트(압축 후보군)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은행장에서 지주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과 자산관리(WM), 중소기업금융(SME)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총괄한 이 부문장은 유력한 연임 후보였던 양종희 회장의 뒤를 이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양 회장은 1961년생, 이 부문장은 1966년생으로 내부에선 예상보다 빠른 세대교체가 일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1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양 회장, 이 부문장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막판까지 금융권의 무게추는 양 회장의 연임 쪽으로 기울었다. 역대 최대 실적과 비은행 부문 성장, 주주환원 확대 등 뚜렷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추위의 판단은 달랐다. 현재의 성과에 머무르기보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 부문장을 선택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이 부문장을 선택한 배경으로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제시했다.
2022년 1월 국민은행장에 취임한 이 부문장은 최초 2년의 임기를 마친 뒤 2023년 말 1년 연임에 성공해 2024년까지 총 3년간 은행을 이끌었다.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22년 2조9960억원에서 2023년 3조2615억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에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0.3% 감소했지만 3조2518억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2023년 하반기 이 부문장은 국민은행장으로서 KB금융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당시 회장 승계 경쟁은 지주 부회장들을 중심으로 펼쳐진 탓에 은행장이던 이 부문장은 1차 숏리스트에도 들지 못했다. 이후 국민은행에서의 임기를 마친 그는 지주로 이동해 그룹 핵심 사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 부문장은 2025년 KB금융지주 글로벌사업부문장으로서 인도네시아 KB뱅크를 비롯한 해외 사업의 정상화를 주요 과제로 안았다. 은행 경영에 이어 그룹의 해외 사업을 직접 총괄하면서 지주 경영 전반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인도네시아 KB뱅크의 순손실은 2024년 2410억원에서 이 부문장이 글로벌사업을 총괄한 2025년 683억원으로 줄었다. 2026년 1분기에는 순손실이 15억원까지 축소됐다.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적자 규모를 빠르게 줄이며 실적 반등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올해는 글로벌사업과 함께 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 부문도 총괄했다.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와 생산적 금융이 금융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은행 영업과 기업금융 경험을 그룹 차원의 WM·SME 전략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부문장은 재무와 전략, 영업을 두루 경험한 내부 경영자다.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뒤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과 재무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대표와 영업그룹 대표 등을 지냈다. 지주 재무·전략 부문에서 근무하며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우리파이낸셜 인수에 참여해 K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힘을 보탰다.
차기 회장으로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민은행장과 지주 부문장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했지만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를 직접 이끈 경험은 없다. 비은행 수익성 강화와 생산적 금융 확대, 해외 사업 정상화 등이 새 수장의 경영 능력을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부문장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임원 자격요건 심사를 거쳐 오는 11월 20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KB금융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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