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견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토백이가 2023년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 현장에 투입된 모습. 토백이는 당시 오른쪽 앞발을 다쳤지만 응급처치를 받고 붕대를 감은 채 수색을 이어가 국민적 응원을 받았다. / 사진=뉴스1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 '대한민국 국가봉사견'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강아지들이 등장했다. 김철현 중앙119구조본부 소방위가 '발의된 법안 통과 우리의 책임'이라는 문구를 들자 인명구조견 '토백이'가 그 앞에 앉았다. 검역 탐지견 '찰리'와 마약 탐지견 '덱스터', 실종자 수색견 '콤마'는 '외로운 은퇴에 법으로 마침표를' '헌신한 국가봉사동물 국가가 응답하라'는 문구를 든 사람들과 교감했다.

사단법인 지속가능발전연구소 마침표는 이날 국회에서 '봉사동물 입법 촉진 및 지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을 열었다. 포럼은 봉사동물의 은퇴 이후 삶을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책임질지 논의하고 발의된 관련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봉사동물의 은퇴 이후를 가장 먼저 맞은 개가 래브라도 리트리버 토백이다. 토백이는 2023년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 현장에 한국 구조대와 함께 투입됐다. 건물 잔해를 수색하다 오른쪽 앞발을 다쳤지만 응급처치를 받고 붕대를 감은 채 수색을 이어가 국민적 응원을 받았다. 같은 지진 현장에서 활동한 구조견 프로테오는 목숨을 잃었다. 235차례 현장에 출동해 14명을 구조한 토백이는 지난 4월 은퇴해 그간 호흡을 맞춘 김 소방위의 가족이 됐다.

토백이처럼 가족을 찾는 은퇴 봉사견은 많지 않다. 이영 마침표 이사장(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활동 중인 국가봉사동물은 1106마리다. 같은 해 임무를 마친 284마리 중 민간 가정에 입양된 개체는 64마리(22%)에 그쳤다.

이 이사장은 "가장 위험한 현장에서 사람을 지켜온 이 생명들에게는 정작 은퇴 이후의 삶을 보장해주는 연금도 퇴직금도 없다"며 "국가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국가가 책임졌다면 그 임무가 끝난 뒤의 삶 또한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 일할 때는 이력 하나하나가 관리되던 생명이 은퇴하는 순간 관리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고 만다"며 "이제는 '고마웠다'는 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고마움을 제도로 만들고 헌신에 대한 예우를 법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사단법인 지속가능발전연구소 마침표는 지난 9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학단체, 기업과 '은퇴 국가봉사동물의 지속 가능한 사료·용품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 사진=뉴스1


입양이 어려운 이유는 의료비 부담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부터 은퇴 국가봉사동물 입양자에게 보험 가입과 진료, 미용 비용을 지원했다. 하지만 대상은 올해 입양한 경우로 한정되고 지원액은 마리당 최대 100만원이다. 관세청 마약탐지견으로 일하다 8살에 입양된 알피(12살)의 보호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간 의료비만 약 1000만원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퇴 후 4년 동안 관세청에서 먼저 연락이 온 적은 없었다고도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입법 전 공백을 민간이 먼저 메우는 협약이 맺어졌다. 마침표는 이날 '은퇴 국가봉사동물의 지속 가능한 사료·용품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경기도수의사회와 서울대·건국대 등이 속한 전국대학동물병원장협의회, 하림펫푸드·인터펫코리아·라함이 참여해 핸들러(구조견을 움직이는 대원)와 교관이 입양한 은퇴 봉사동물에게 의료 지원과 사료, 용품을 후원하기로 했다.

지원 제도의 밑그림도 나왔다. 연성찬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국대학동물병원장협의회장)는 전국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10곳을 '국가봉사동물 지정진료기관'으로 지정해 입양자가 진료만 받는 무상진료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연 교수는 전면 시행 시 연간 약 17억6000만원이 든다고 추계했다. 박병배 한국특수탐지견센터 대표는 "사명감이 아니라 유대감이었다"며 봉사동물의 생애 전주기를 관리할 컨트롤타워와 은퇴견 재활 바우처를 제안했다.

입법은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에서 은퇴 국가봉사동물 지원센터 설치와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근거를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의결했다. 이헌승·한정애·김예지·복기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합친 것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이 남아 있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은 "오랜 시간 국가를 위해 헌신한 봉사동물이 정작 임무를 마친 이후에는 그 헌신에 걸맞은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는 봉사동물을 단순히 '임무를 수행한 동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소중한 생명으로 보고 그에 걸맞은 예우와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