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하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ISDS 사건 선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한국 정부가 중국인 투자자 펑전 민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승소했다. 당초 약 2조원에 달했던 청구액을 전부 방어한 데 이어 원 중재판정에 대한 취소신청까지 기각되면서 정부의 승소가 최종 확정됐다.

법무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12일 오전 5시25분(한국시간) 펑전 민의 원 중재판정 취소신청을 전부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취소위원회는 아울러 펑전 민에게 한국 정부의 취소절차 소송비용 약 15억1283만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취소절차 중재비용 약 42만6751달러(약 5억7300만원)도 펑전 민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펑전 민이 2020년 8월 한·중 투자협정을 근거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다. 펑전 민은 중국 베이징 소재 화푸빌딩 매입·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2007년 국내에 파이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을 통해 약 38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대출금이 연체되면서 금융기관이 담보로 잡은 파이코리아 주식을 처분했다. 펑전 민은 이에 반발해 담보권 실행을 다투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2017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출 과정에서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금품이나 이익을 약속하거나 제공한 사실도 수사와 형사재판을 통해 확인돼 2017년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펑전 민은 이후 금융기관의 담보권 실행과 민사재판, 수사·형사재판 등이 한·중 투자협정을 위반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최초 청구액은 약 2조원이었으며 최종 청구액은 약 2641억원이었다.



정부는 파이코리아 설립과 주식 취득 자체가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금품 제공 등을 통해 부당한 PF 대출을 받으려는 불법적 계획의 일부였다고 맞섰다. 따라서 해당 투자는 한·중 투자협정이 보호하는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 주장은 2024년 5월 원 중재판정에서 받아들여졌다. 중재판정부는 펑전 민의 투자가 불법적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어서 투자협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정부의 관할권 항변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펑전 민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정부에 약 49억1260만원의 소송비용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펑전 민은 이에 불복해 같은 해 9월 ICSID에 원 판정 취소를 신청했다. 그는 원 중재판정부가 한·중 투자협정과 국내법을 잘못 해석해 관할권을 부당하게 부정했고, 충분한 변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으며, 판정 이유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ICSID 취소위원회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소위원회는 원 중재판정부의 투자협정 해석이 합리적이었으며, 펑전 민의 투자가 위법한 대출 조달 계획과 관련됐다고 판단한 과정에도 명백한 권한 유월이 없다고 봤다.

또 원 중재판정부가 수사기록 등 관련 증거를 검토해 투자의 불법성을 판단했고 펑전 민에게 충분한 변론 기회를 보장했다고 판단했다. 판정문 역시 사실관계와 투자협정 해석을 바탕으로 관할권을 부정한 이유를 충분히 제시해 이유가 누락되거나 모순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결정으로 2024년 원 중재판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법무부는 "이번 취소 결정으로 '국내법상 위법한 투자는 ISDS에서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원 중재판정은 우리 정부가 ISDS 사건에서 본안 심리절차까지 수행해 최초로 승소한 사건으로, 취소절차에서도 완승함으로써 청구인의 2차 중재 가능성도 원천 차단했다"평가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로 구성된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국내외 정부대리로펌,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업하며 방대한 기록과 증거를 분석해 최선을 다해 대응한 결과 승소한 원 판정을 지켜냄으로써 약 2조 원 상당의 국부 유출을 막아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향후 소송비용 환수에 나서는 한편 취소결정문 등의 공개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