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과 엔씨 관련 이미지. /그래픽=챗GPT


게임업계 AI 사업을 주도하는 엔씨와 크래프톤이 한화그룹을 파트너로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지만 성적표는 정반대로 갈린다. 엔씨의 AI 전문 자회사 NC AI는 한화오션과 보폭을 맞춰 가고 있는 반면 크래프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합작법인(JV)을 세우겠다고 공언한 지 반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NC AI는 지난 6월 4일 한화오션으로부터 비전 인식 기반 용접 전용 모델과 협동로봇 기반 자율 용접 모델을 개발하는 과제를 최종 수주했다고 밝혔다. 숙련공의 역량에 의존하던 선박 건조의 핵심인 용접 작업에 고도화된 AI 비전 인식과 정밀 로봇 제어 기술을 융합하는 프로젝트다. 로봇이 용접 부위를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실시간으로 최적의 용접을 수행하는 '자율 용접 피지컬 AI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NC AI는 앞서 현대로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피지컬 AI 기반 통합 시뮬레이터 국책과제를 수주했고 포스코DX와 로봇 AI 기술협력도 병행 중이다. NC AI 관계자는 "한화오션과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도 앞선 3월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피지컬 AI 핵심 기술을 공동 연구개발해 실증을 거쳐 사업화하겠다는 전략적 협력을 발표하면서 합작법인 설립도 함께 예고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당시 "한화와 JV를 설립해 안두릴과 같은 글로벌 방산 기술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기대감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 크래프톤은 한화자산운용이 조성 중인 10억 달러 규모 AI·로보틱스·방위산업 펀드에도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3월 발표 이후 6개월이 흐른 현재까지 두 회사는 JV 설립과 관련한 추가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사업 협력형 JV는 설립 절차 자체에 통상 오래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AI업계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양사 협업에 제동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JV 무산과 관련해 드릴 말씀은 없다"며 "MOU 이후 추가적인 진척 사항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와 크래프톤의 JV 설립 무산은 중국과의 관계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래프톤 2대 주주는 중국 IT 공룡 텐센트로 지분 15%를 보유 중이다. 방산 사업의 정보 민감성을 고려할 때 중국 자본이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순항 중인 NC AI의 모회사 엔씨에는 중국계 대주주가 없다.

기술력에서도 두 회사의 차이가 난다는 시각이 많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피지컬 AI 특성상 단기간 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크래프톤보다는 꾸준히 기술을 축적해온 NC AI가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AI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기술력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안 이슈까지 겹친다면 시장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