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치료제의 신속한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공익신고자 조모씨는 여권에서 제기한 '기획 제보'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씨는 지난 11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친 [시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공익신고를 하려면 스스로 무결해야 한다. 나는 수사도 받았고 휴대전화 포렌식도 거쳤다. 가습기 살균제가 몸에 안 좋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가만히 있겠느냐. 똑같은 마음으로 나선 것"이라며 공익신고임을 강조했다.



'신약 로비 의혹'은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던 제넨셀 측이 2021년 10월 브로커 양모씨를 통해 김 후보자에게 임상시험 승인 청탁을 했고, 그 대가로 후원금을 제공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는 양씨의 부탁을 받고 당시 김강립 식약처장에게 관련 심사를 신속히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승인 호재 이후 제넨셀의 대주주인 세종메디칼 주가가 급등했다가 바로 폭락하면서 소액주주 피해 논란도 불거졌다.

조씨는 '브로커 양씨에게 교제를 요구했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너무 수치스러운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시 그 친구(양씨)는 사귀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하고 문제가 있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길 반복해 연애 상담을 해준 적도 있다. 그 남자와 나도 아는 사이다. 말도 안 되는 구조를 덮어씌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씨는 '미공개 정보로 (제넨셀 측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뒤 양씨 측에 금전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때 당시 투자할 돈이 없었다"며 "공익 신고하고 고발인 조사 등을 받으면서 직접 녹취와 계좌이체 명세를 제공했다. 이런 걸(불법 투자한 사실이 없음을) 인정받아 공익신고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를 당시 주변에서 많이 했다. (제넨셀 창업자인) 강모씨가 양씨에게 세종메디칼 주식을 사라고 1억원을 주지 않았느냐. 당시 양씨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도 세종메디칼에 투자하라고 권유해 수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조씨가 '권성동 전 국민의힘 의원 측과 친분을 과시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권 의원을) 전혀 알지 못한다.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와 페이스북을 통해 '조씨가 양씨에게 사적인 교제를 요구했고, 제넨셀 관련 사업에서 금전적 손실을 본 뒤 이를 회수하려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또 "조씨가 권성동 의원 측과 친분을 과시하며 강릉에 데려가서 인사를 시켜주겠다고 하는 등 국민의힘과의 친분을 과시한 인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 13일 박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지도부를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 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이를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의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로비 의혹'을 처음 공개한 공익신고자 조모씨의 '기획 제보'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박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


조씨는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 '신약 승인 로비'를 벌일 때인 2021년 10월경 양씨가 운영하던 화장품 회사 '구스타'의 경영·회계 컨설팅을 맡으면서 제넨셀과 양씨 측의 로비 정황을 알게 됐다고 한다. 조씨는 "양씨가 워낙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성격이라 컨설턴트인 내게 너무 많은 얘기를 했다"며 "처음에는 부정 청탁을 고발했는데, 이후 강씨 재판 과정에서 신약 실험 당시 햄스터가 죽는 등 부작용을 누락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2024년 12월 약사법 위반 등이 1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양씨와 함께 김 후보자에게 신약 승인 청탁과 함께 후원금 500만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뇌물공여약속)로 추가 기소돼 15일 1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조씨는 양씨로부터 공갈 미수, 영업비밀 누설,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7개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2024년 1월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조씨는 "진실 하나를 붙들고 여기까지 왔으니 지금까지 탈이 없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저를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순수하게 나쁜 짓 한 사람을 5년 동안 끈질기게 쫓다가 우연히 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 사건에 터진 거다. 저는 5년 동안 혼자 싸웠고 누가 뭐라고 얘기하든 끝까지 결론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7일 공익신고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변보호조치를 신청했다. 그는 "지난주 금요일에도 욕설이 담긴 수십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며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데, 제가 어떤 다른 목적을 갖고 신고를 했겠느냐"고 토로했다.

조씨는 김 후보자를 두고 "자신의 혐의를 솔직히 얘기했으면 좋겠다.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전달한 게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나서 법무부 장관을 하든 말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1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