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것은 외로운 거야.'
많은 분이 멜로디를 떠올리셨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입니다. 중장년 층이 노래방에서 들었거나 불렀을 바로 그 노래의 한 대목입니다. 가왕(歌王) 조용필이 1985년에 내놓은 불후의 명곡이죠.
사랑도, 이상도 운명을 포함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고독한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곡에는 비장함과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추구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던져야 한다는 노랫말이 대중의 마음을 흔들었고,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간간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옵니다.
용혜인 의원이 그제 장관 후보자 자격을 내려놓았습니다. 그가 사퇴 선언을 하며 내놓은 언어를 찬찬히 읽었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두 차례 '사과'에 해당하는 말을 했습니다. 하나는 대통령에 대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저를 믿고 큰일을 맡겨주셨던 믿음에 감사드리고, 또 그 소임을 미처 다해내지 못하여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국민에 대한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장관 임명에 반대한 국민(여론조사에서 70%가 넘었습니다)에 대한 사과는 없었습니다.
용혜인 의원을 향해 쏟아진 비판과 비난의 핵심은 장관직과 의원직 둘 다를 가지려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비례대표 제도는 직능적 전문성, 소수자 대변, 정책적 다양성을 입법에 반영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비례대표 의원이 국무위원이 돼 국회를 떠날 경우 경우 그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후순위에게 의원직을 승계해왔습니다. 의원 '개인'이 아니라 그에게 주어진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용혜인 의원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용혜인 의원은 사퇴의 변에서 "젠더 폭력에 더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함께 돌보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가족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누구도 일과 양육 중 한 가지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청소년들이 어떠한 환경에서도 마음껏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훌륭하고 숭고한 뜻입니다. 정녕 그랬다면, 그것이 정치인 용혜인의 사명으로 생각했다면 놓을 것은 놓았어야 합니다. 노랫말처럼 운명을 걸고, 모든 것을 걸지는 못해도 적어도 이미 한 손에 쥔 떡은 내려놓았어야 했습니다.
'영웅의 여정'이라는 책을 쓴 조셉 캠벨(1904∼1987)은 지도자가 탄생하는 과정을 크게 4 단계로 묘사했습니다. ①모험에의 소명 ②시련과 난관 ③변모(발전) ④문제 해결 뒤 귀환입니다. 시련과 난관을 헤쳐 나가는 서사에는 자기희생이 필요합니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고통을 감수하고, 불안한 미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기 것 다 챙기고, 고난은 회피하는 자를 대중은 리더로 여기지 않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은 막막하다. 직장을 구해도 내 집 마련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국민연금을 내도 훗날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 이런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르는데도 청년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한다.' [시대]의 기획 연재물 '2030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4가지 질문'에서 매번 서두에 등장하는 글입니다. 마지막 편인 오늘 기사의 제목은 "우린 영원히 정치적 소수자로 남는 건가요?"입니다.
1990년생 용혜인 의원이 보여준 모습 때문에 청년 정치 참여의 문은 더 좁아질 것 같습니다. '구색 맞추기용으로 2030을 영입해 꽂는 방식'을 기사는 지적합니다. 그 낡은 행태에 청년답지 못한, 자기희생이 없는 젊은 정치인들이 편승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위에서 말한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죠. 굶어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눈 덮인 산을 오르는 외로운 맹수를 기리는 노래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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