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미국-이란, 사우디아라비아-후티 반군 등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최전방 도시가 러시아에 공격받아 파손된 모습. /로이터=뉴스1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전쟁을 비롯해 이스라엘 대 팔레스타인, 미국 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대 후티 반군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은 막대한 비용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여파도 크다. 과거와 달리 현대전은 다양한 무기들이 활용되면서 당사국들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러시아 300조원·사우디는 260조원…역대급 군사비

러시아 전면 침공으로 2022년 2월24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뉴스1


2022년 2월24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러우 전쟁은 2년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기준 연간 국방·안보 예산으로 약 16조8400억루블(약 300조원)을 편성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연간 국방 지출은 올들어 약 1900억달러(약 250조원)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 국가 전체 예산의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 의회조사국(CRS)과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서방 국가로부터 3000억달러(약 409조4700억원)의 누적 지원금를 받았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입은 직접적인 물적 피해가 2500억~4500억달러(약 341조~614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내각이 지난 15일 승인한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방·안보 예산은 4조8850억흐리우냐(약 160조6500억원)다. 이는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의 43.8%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은 2023년 10월7일 시작됐다. AP통신은 영국 미들이스트모니터 기준 2024년 말까지 이스라엘의 직·간접 군사비와 민간 경제 손실 추산액이 675억달러(90조원)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국방위원회는 향후 10년 동안 방위비 예산을 연간 70억달러(약 9조5571억원) 이상 증액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군사 작전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헤즈볼라 등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과의 다면전 확산과 홍해 항로 위협 등을 이유로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전쟁은 2015년 3월 발발했다. 2022년 유엔(UN) 중재 정전 이후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직접적 무력 충돌은 대폭 감소했고 평화 협상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평화 협상 조짐이 흔들리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14일 보도를 통해 후티 반군이 이날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북쪽으로 160㎞ 지점에 위치한 하니시 제도로 진입해 그레이터 하니시 섬과 레서 하니시 섬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주 예멘 남부 항구도시 모카, 홍해 연안 두바브, 무라드까지 남진한 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페림 섬(아랍어 마윤 섬)까지 점령했다.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이 후티 반군의 홍해 통제권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반격을 시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사우디는 후티 반군과 전쟁 이후 직·간접적으로 1000억~2000억달러(약 136조~273조400억원)를 지출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380달러(약 51조원)를 소요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공개된 영상 속 장면으로 이란에 고립됐던 미군 조종사를 구조한 모습. /로이터=뉴스1


올해 초 시작된 미-이란 전쟁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 의회예산국(CBO) 기준 지난 7개월 동안 진행된 전쟁에서 미국의 지출은 380억달러(약 51조원)에 달한다. 탄약과 미사일 보충 비용만 약 217억~223억달러(약 29조~30조원)가 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이란과의 전쟁 등으로 미국 내에서는 미사일, 정밀 유도 무기 재고 부족 등과 같은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다. 이에 AP통신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 흔들림과 물가 상승 압박을 유발한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이 쏟아부은 전쟁 비용은 약 610억달러(약 83조2772억원)였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400억~1500억달러(약 191조~204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걸프전 당시 미국이 실질적으로 부담한 금액은 약 70~90억달러(약9조~12조원)였다. 비용의 85%를 사우디, 쿠웨이트, 일본, 독일 등 동맹국이 분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은 380억달러를 홀로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아울러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은 보충이 쉽지 않은 첨단 요격·유도 탄약 등 고비용 소모전을 벌였기 때문에 미 국방 예산과 물가 지수(국채 금리 상승 등)에 훨씬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부담을 가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터진 전쟁, 국제 경제에도 악영향

세계 곳곳에서 터진 전쟁들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로이터=뉴스1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등은 일련의 전쟁이 국제적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나 통화정책 긴축 유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도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을 넘어서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3만원)대에 육박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 시점이 연기되거나 재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봉쇄로 인해 비료 원자재(요소, 유황 등) 가격이 급등하면서 남미·아프리카 등 농업 수출국 생산 비용 증가, 글로벌 식량 물가 상승 압력으로 전이되고 있다.

영국 매체 BBC와 가디언은 전쟁이 에너지 쇼크와 탈산업화를 야기할 것으로 분석했다. 천연가스와 원유 수급 불안으로 유럽 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영국과 EU 내에선 화학, 철강 등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체들이 30% 이상 에너지 할증료를 부과하며 유럽의 영구적 탈산업화 위험을 경고했다.

일본 매체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아시아 주요국들이 가장 직접적인 물리적 타격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역내 전력, 가스 요금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본 핵심 기업들의 이윤이 감소하고 물가 상승까지 동시에 발생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