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인신공격으로 얼룩졌다. 발달장애인 가족들까지 막말로 상처를 받았다. 국회의 극언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혈세에 빨대"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여야가 충돌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반발하자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김태규 의원에게 "흉측한 얼굴 좀 치우라"고 했다. 주 의원이 "김 후보자 가족들만 월급을 받는 특혜 구조가 부조리하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하자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주 의원을 "악마"라고 불렀다. 주 의원은 "발달장애 가족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빼먹는 게 악마"라고 맞받았다. 김태규 의원이 오전에 가족 의혹을 해명하다 울먹인 김 후보자를 두고 "갱년기"를 거론하기도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주 의원 등을 "독사 같은 사람들"이라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청문회는 한때 중단됐다.
정작 따져야 할 의혹의 사실관계도, 조합이 운영하는 사업의 성격도 막말 공방에 묻혔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가 원장으로 일하는 한국아동발달 사회적협동조합은 정부가 바우처로 비용을 대고 시·군·구가 공모로 지정하는 발달장애인 방과후활동서비스 제공기관이다. 주 의원은 조합이 2022년 1월 김 후보자의 지역구인 수원으로 옮긴 지 3개월 만에 제공기관으로 지정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배우자와 두 자녀가 받은 급여가 약 3억3000만원이라는 것이 주 의원 측 주장이다. 김 후보자는 "아내에게 돌아간 이익이나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검증 대상이 아닌 이들도 상처를 입었다. 주 의원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가족 급여를 두고 "혈세에 빨대를 제대로 꽂은 것"이라고 했다. 조합은 13일 이용 가족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혐오 표현이라고 반발했다. 김동현 조합 대표는 "더 이상 저희 가족들의 삶을 해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수석부회장은 [시대]와 통화에서 "정치인들끼리 싸우는 것은 우리가 뭐라 할 일이 아니지만 장애 분야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바우처 돌봄 서비스는 이용 시간만큼 비용이 나와 종사자도 시간 단위로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런 탓에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중증 발달장애인은 돌보기 힘들고 임금도 적어 기관들이 서로 받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서비스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늘 밀려 있다며 "세금을 파먹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서비스를 늘리기도 어렵고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막말의 비용은 당사자들에게서 끝나지 않고 지켜보는 시민들의 정치 냉소로 이어질 수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진은 2024년 학술지 '미국정치학저널(AJPS)'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국 시민 6055명을 18개월간 추적 조사한 자료를 분석했다. 정치인들이 상대의 인격이나 외모를 깎아내리는 등 무례해졌다고 느낀 시민일수록 정치인에 대한 신뢰와 민주주의 운영 만족도가 낮아졌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23년 보고서에서 "국회의원의 막말이 유권자의 국회 불신을 강화하고 정치 혐오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8년 13대 국회부터 2020년 20대 국회까지 제출된 의원 징계안 235건 가운데 101건(41.2%)은 폭언이나 인격 모독성 발언, 모욕 등이 사유였지만 본회의에서 징계가 결정된 것은 1건뿐이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흠결이 있으면 짚어내야 할 청문회가 이전투구의 장이 됐다"며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정치인을 존경하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기성세대가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자성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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