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강력한 주택공급 기조 속에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완화와 공공기여(공공임대) 비율 축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주택 공급 확대가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대두됐지만 공공성을 일부 희생시켜야 한다는 우려에 정부와의 합의가 순탄히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아파트의 용적률 증가분 중 최대 50%를 임대로 공급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고서는 주택공급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임대를 줄이고 분양수익을 늘릴 경우 조합에 특혜를 준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6월 국토부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의 법령 개정을 건의해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정비사업 아파트의 임대주택 비율을 용적률 증가분의 30%로 낮출 것을 요청했다. 현행 재개발 사업은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공공임대를 용적률 증가분의 최소 50% 이상 건설해야 한다. 재건축 사업은 의무 비율이 30%다.
이달 10일 서울시정 로드맵을 설계한 G3 서울 기획위원회는 2031년까지 민간 정비사업 31만가구 착공을 목표로 한 서울플랜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용적률과 공공기여 완화를 통해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이 담겼다. 김병민 G3 공동 위원장(현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은 "1000가구를 1400가구로 재건축했다고 가정할 경우 120가구를 공공임대로 배정하고 기존 조합원을 제외한 신규 공급은 단 280가구"라고 설명했다. 현행 용적률 및 공공기여 비율을 유지할 때 신규주택 공급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 제도로도 신규 8.4만호 공급 가능"
이같은 서울시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1000가구 재건축 시 280가구 신규공급' 규모는 얼마 안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서울시 전역으로 보면 결코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준공된 정비사업장 59곳을 조사한 결과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7000가구가,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1만3000가구가 더 늘었다. 서울 내 재건축 사업장이 약 300곳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신규 분양 규모는 8만4000가구에 달한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재건축은 재개발보다 사업 기간이 짧다고는 하지만 대개 10년 정도 소요된다. 서울 재건축 가운데서도 조합설립 인가부터 착공(분양)까지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도 2013년 조합이 설립됐지만 10년 5개월만인 2024년에야 착공에 들어갔다. 실제 입주가 이뤄지는 내년까지로 보면 조합 설립 후 실제 입주까지 약 14년이나 걸리게 된다.
게다가 재건축은 재개발보다 사업 기간이 짧다고는 하지만 대개 10년 정도 소요된다. 서울 재건축 가운데서도 조합설립 인가부터 착공(분양)까지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도 2013년 조합이 설립됐지만 10년 5개월만인 2024년에야 착공에 들어갔다. 실제 입주가 이뤄지는 내년까지로 보면 조합 설립 후 실제 입주까지 약 14년이나 걸리게 된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 절차를 거쳐 취임하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주택공급 문제를 두고 다시 마주하게 된다. 홍 후보자는 지난 16일 인사청문회에서 "도심 주택공급을 위해 재개발·재건축의 규제 완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용적률 완화도 검토하겠다"면서도 "다만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시장 안정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용적률을 얼마나 높일지, 공공기여분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학회 교수는 "국토계획법에는 공공기여인 기부채납을 명시하고 있다"며 "주택공급 확대라는 목적으로 용적률을 완화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조합 이익이 늘 경우 공공기여를 더 많이 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서울 신규 분양을 청약할 수 있는 고소득층은 한정돼 있고 주택공급 방식은 반드시 매매만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니다"라며 "공공임대가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용적률 완화, 재건축 추진동력엔 긍정적"
특히 재개발 구역 내 주택가의 기존 도로와 학교 부지 등 공공시설이 강제 수용돼 아파트 단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조합에 사실상 특혜가 쏠리는 데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의 제안이 무난히 통과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가 공공임대용 주택을 인수할 때 책정하는 가격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8·13 주택공급 방안에는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을 기존 기본형 건축비의 80% 수준에서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정비사업의 자금 부담과 사업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용적률 증가와 임대물량 감소 및 이에 따른 일반분양 증가로 조합의 분양수익이 늘어나면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키워주는 간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서울시가 조합으로부터 매입하는 공공임대 인수가격을 높일 경우 조합은 일반분양을 대신해 임대 매각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공사는 정해진 공사비만 받는 구조여서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용적률 증가와 임대물량 감소 및 이에 따른 일반분양 증가로 조합의 분양수익이 늘어나면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키워주는 간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서울시가 조합으로부터 매입하는 공공임대 인수가격을 높일 경우 조합은 일반분양을 대신해 임대 매각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공사는 정해진 공사비만 받는 구조여서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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