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거리이착륙무인기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방부가 처음 마련한 드론 기술 실증 행사에서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드론이 잇따라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군 드론 산업이 경쟁국들보다 늦게 출발한 만큼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실패를 기술 고도화로 이어 가려면 투자를 확대해 반복 검증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7일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에서는 시연 임무 17건 가운데 11건이 성공했다. 나머지 6건에서는 추락이나 오작동이 발생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중형급 제트엔진무인기와 중소 방산업체의 직충돌드론 등이 정상 비행에 실패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체 17건 중 11건이 시연에 성공했고 특히 국방부와 군에서 운용 중인 드론은 모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민간기업의 시제품이 시연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는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기술 개발을 위한 과정"이라며 "실제 전장 환경은 주파수와 기상, 지형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실증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기술적 과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산업체들은 현장의 주파수 교란 가능성을 실패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전 연습에서는 정상 작동했으나 인파가 몰리며 통신 환경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이남우 국방부 전력개발과장은 같은 브리핑에서 "전날 예비연습에서는 성공했던 장비가 1000명 이상 모이자 실패했다. 전파 환경 변화도 원인 중 하나로 추정하고 있다"며 "업체들은 내부 시험실에서 실험하다 보니 수많은 주파수가 교란되는 상황에서 측정할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에서 진행한 중형 자폭무인기 전투실험에서도 무인기 2대가 모두 발사 직후 바다에 추락했다. ADD는 발사대를 함정에 싣기 위해 분해·재조립하는 과정에서 생긴 발사관 개폐문의 정렬 이상을 원인으로 잠정 분석했다. 이 무인기는 지상 발사에서 30여 차례 성공했고 4월 24일 같은 제원과 유사한 조건에서 진행한 지상 시험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두 사례 모두 실제 운용 환경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7월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일일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은 이스라엘·미국·중국 등 드론 선진국에 비해 출발 자체가 늦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드론작전사령부는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계기로 2023년 9월에야 창설됐다. 이번 결과를 국내 군 드론 기술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보기보다 후발주자가 겪는 시행착오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 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시대]에 "한국은 드론·무인기의 후발주자"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무인기 위협 등에 자극받아 급하게 드론 개발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감한 투자 없이 정해진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하려고 굉장히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과 전문 중소기업의 협업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실패해도 다시 격려하고 지원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드론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국회 심의를 앞둔 2027년 국방예산 정부안에서 드론·대드론 관련 예산은 올해 6788억원에서 8061억원으로 18.8% 증가했다. '50만 드론전사'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예산도 296억원에서 771억원으로 증액됐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은 실전이 중요하다"며 "위기 상황에 장비가 실제로 작동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준을 높여가며 반복적인 훈련과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기술이라 하더라도 군사 영역은 보안이 강조되기 때문에 협업 과정에서 제도적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