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예장공원에 세워져 있는 남산 곤돌라 승강장 공사 관련 안내판./사진=뉴시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17일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 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 결정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시는 이날 판결에 대해 "60년간 고착된 민간 독점 체제와 시민들의 이동 불편을 방치하는 판결"이라며 "시민 이동권 보장과 공익 실현을 위해 추진해 온 정책적 판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다툼의 발단은 서울시가 총사업비 44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남산 곤돌라 설치 사업이다. 남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이동수단을 추가로 만든다는 취지다. 현재는 정상까지 오르는 케이블카 사업자가 60년 넘게 독점 체제를 유지한 탓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게 현실이다.

소송 쟁점은 곤돌라 지주(시설물 기둥)를 세우기 위해 남산 부지 일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근린공원으로 용도변경한 처분이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에는 12m를 넘는 구조물을 세울 수 없게 돼 있어 바꾼 것이었다. 이에 한국삭도공업 측은 용도변경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1심과 2심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2024년 8월 낸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서 서울시의 곤돌라 공사는 멈춰있는 상황이다.

강석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사업이 중단되면 경제적 손실은 물론 글로벌 도시로의 성장 기회까지 잃게 된다. 대법원 상고를 면밀히 검토해 시민의 이동 권익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국삭도공업 측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남산이라는 서울의 소중한 자연·경관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남산의 환경 보전과 시민 편익, 교통약자 접근성 개선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 중구 회현동 승강장과 예장동 남산 정상 N서울타워를 잇는 케이블카가 운행 중인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곤돌라 설치 사업이 갖는 공익성은 재판부의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 문해리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에 대한 사법심사는 절차를 지켰는지, 법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했는지, 이익형량을 제대로 했는지 세 층위로 이뤄진다. 사업의 공익성은 주로 세 번째 단계에서 문제되는데 이 사건은 두 번째 단계에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단순 법률 해석뿐 아니라 공익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장명 변호사는 "행정처분에 대해 '무효'가 아닌 '취소' 결정을 한 것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다소 위법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중대하거나 명백하지는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사업에 따른 다수의 이익을 더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소송과 별개로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지주 높이 제한이 완화하는 내용의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에도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예림 서울시 도시정비과장은 "시행령이 개정되면 용도구역을 바꾸지 않고도 곤돌라 지주를 세울 수 있게 된다. 소송 결과와 관계 없이 곤돌라 공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권한은 국토교통부가 갖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이 같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이후로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김영아 국토부 녹색도시과장에 따르면 "입법예고 때 찬반 의견이 맞서 잠정적으로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남산 곤돌라는 특정 시장이나 정당의 사업이 아니라 시민의 이동권과 공공성을 위한 사업"이라며 "시민을 위한 제도 개선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시행령 개정을 조속히 마무리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