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지방자치단체 금고 쟁탈전에서 기존 사업자의 '수성 공식'이 이어지고 있다.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은행들이 출연금과 지역 투자 확대를 앞세웠지만 서울·인천·경북의 금고 운영 사업자는 모두 그대로 유지됐다. 앞으로 남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세종시, 서울 25개 자치구 금고에서도 운영 경험과 전산 안정성이 승부를 좌우할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시는 전날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차기 시금고 사업자로 제1금고 신한은행, 제2금고 NH농협은행을 선정했다. 두 은행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시 자금을 관리한다. 규모는 1금고 14조4527억원·2금고 2조199억원 등 총 16조5000억원 안팎이다.
이번 금고는 하나은행의 도전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나은행은 그룹 본사를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하면서 제1금고 사업자에도 도전했지만 신한은행을 넘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축적한 금고 운영 경험과 전산시스템 안정성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에 맞춰 전산망 전환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한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승부처들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지난 5월 결정된 연간 51조5000억원 규모의 서울시금고에서는 신한은행이 제1·2금고를 모두 지켰다. 100여 년간 서울시금고를 운영해온 우리은행이 탈환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신한은행은 금고 전산 운영 경험과 공공배달앱 '땡겨요' 등 서울시와의 협력사업 실적을 내세웠다.
인천시와 같은 날 결과가 나온 경북도금고에서도 제1금고 NH농협은행, 제2금고 iM뱅크 체제가 유지됐다. 평가 결과 NH농협은행이 839.6점으로 1위, iM뱅크가 817.8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처음 도전한 KB국민은행은 814.9점으로 3위에 그쳤다.
전남광주·세종 남았다…10월 최대 승부
광역단체 가운데 남은 승부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다. 연간 25조원 규모의 시금고는 10월, 약 8조원 규모의 교육금고는 11월 중 각각 사업자가 결정된다.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임시체제에서는 NH농협은행이 제1금고, 광주은행이 제2금고를 맡고 있다.
두 은행에는 이번이 '안방'을 건 승부다. 통합 전에는 광주은행이 옛 광주시금고를 57년간 운영했고, NH농협은행은 옛 전남도 제1금고를 맡아왔다. 두 지방자치단체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양측이 각각 지켜온 제1금고 자리도 하나로 통합돼 정면승부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승부는 셈법도 다르다. 통합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정식 금고 선정인 데다 평가 기준까지 바뀌면서 과거의 금고 운영 이력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시의회는 지난 10일 상임위원회에서 조례 개정안을 원안 가결한 데 이어 11일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81명 중 찬성 53명, 반대 17명, 기권 11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 조례는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을 평가할 때 관내 지점·무인점포·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설치 대수뿐 아니라 시·군·구별 분포까지 비교해 금융기관별 순위에 따라 점수를 주도록 했다. 금고 업무 수행을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한 지점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고 운영에 따라 설치한 지점이 해당 금융기관의 자체 영업망 경쟁력으로 다시 평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바뀐 기준은 NH농협은행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점·지점 기준으로 광주은행은 광주 67곳과 전남 36곳 등 총 103곳을 운영해 NH농협은행의 93곳보다 많다. 그러나 전남 22개 시·군별 분포를 보면 광주은행은 진도·곡성·구례에 점포가 없는 반면 NH농협은행은 모든 시·군에 영업망을 두고 있다.
앞선 임시금고 선정 과정에서는 별도 법인인 지역농협 점포가 NH농협은행의 영업망 평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번 정식 선정에서도 지역농협 점포와 실적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쟁점이다. 은행권에서는 시·군·구별 분포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반영되면서 22개 시·군 전역에 영업망을 둔 NH농협은행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시도 연간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차기 금고 지정 절차에 들어갔다. 10월 6~7일 제안서를 접수해 11월 중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세종시는 2012년 출범 이후 NH농협은행이 제1금고를 맡아왔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구금고(16조원)도 연말 약정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현재 제1금고 기준 우리은행이 14개 구, 신한은행이 6개 구, KB국민은행이 5개 구를 맡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남은 경쟁에서도 기존 사업자가 기본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 금고는 단순히 높은 금리와 협력사업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기관의 신용도와 재무구조, 금고업무 관리능력, 주민 이용 편의성,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다 사업자가 바뀌면 세입·세출 시스템을 전환해야 하는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가 운영 경험과 전산 안정성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평가 항목별 점수 차가 크지 않은 곳도 있어 결과를 완전히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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